지난해 11월15일 중국은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등 7명의 최고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들 상무위원이 어떤 과정을 통해 뽑혔는지는 여태껏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일 오전 인민대회당에 7명이 모습을 드러낸 뒤에야 비로소 중국을 이끌 지도자들의 면모가 확인됐다. 2011년 가을부터 명단이 나돌기 시작했고,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권력 암투설이 횡행했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현직 지도층의 합의로 새 지도부가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12일, 시진핑 시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져 온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4일간 회의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철통 보안 속에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열렸지만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회의에 참석한 약 400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두리뭉실한 결과는 발표됐지만 10년 청사진치고는 너무나 빈약해 보인다. ‘장내는 신비롭고 장외에서만 떠들썩한 회의’ ‘중국판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회의)’란 지적이 무리가 아닐 듯싶다.
1년 전 언론 보도를 들춰보면 중국이 앞으로는 법치와 민주, 투명성에 근거한 정치를 만들어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어느 나라나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대는 있기 마련이지만 시진핑 체제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던 것 같다. 몇몇 나라를 빼면 공산주의가 소멸한 시대에 중국이 공산당 일당 독재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며, 다당제와 사법부 독립, 언론 자유 같은 상식에 속한 정치 체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기대였다.
발리에서 열린 한국-중국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년 여론 통제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졌고, 반체제 인사들은 줄줄이 잡혀갔다. 서방의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 주석이 중국의 고르바초프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로 돌아갔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사상교육을 중시하고, 권력 공고화에 치중해 온 것도 결국 이 때문이란 얘기다. 물론 당내 계파 간 합의에 의해 추대된 시 주석이 안팎에서 많이 휘둘릴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의 중국 정치 분석가는 “시 주석이 사석에서 거침없는 언행으로 권력 장악에 강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다른 상무위원들의 존재감이 약해 보일 정도”라고 평가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이견 노출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정치는 고효율의 상징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시 주석을 두고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지도자상을 심어주면서 중국 지도자답지 않다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문제는 개혁·개방의 가속화를 외치는 중국이 언제까지 정치개혁 없이 경제 개혁을 추동할 수 있겠느냐란 질문으로 모아지고 있다. 정치 개혁이 있어야 부패를 잡을 수 있고, 그래야 정상적인 시장경제 기제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언로가 차단되고, 사상교육을 중시하는 중국 풍토에서는 경제 혁신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시진핑 1년은 정치는 통제, 경제는 개혁·개방을 지속하겠다는 정좌경우(政左經右)로 요약된다. 3중전회를 통해서 정좌경우의 위험한 줄타기를 멈출 의사가 없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중국이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고, 정치도 발전해야 진정한 주요 2개국(G2)이 될 수 있다는 충고가 줄을 잇지만 마이동풍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보는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중국식 민주주의와 어떤 식으로 조화를 찾아갈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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