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가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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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팔려가는 소녀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8. 11.
유병선 논설위원

미나 하시나는 인도 북부 비하르주의 작은 마을에서 성노예로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하시나는 이 지역에서 성매매를 관장하는 카스트인 누트족에 팔려갔다. 하시나는 떠올리기도 끔찍한 그때가 여덟살이었는지 아홉살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집창촌의 포주 집에 감금됐던 하시나가 몸을 판 것은 초경도 하지 않은 12살부터였다. 하시나와 그 또래들은 일주일 내내 하루에 10명도 넘는 손님을 상대해야 했다. 하시나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부부가 억압받는 여성들의 실태를 고발한 책 <절망 넘어 희망으로>의 등장 인물 중 한 명이다.

 

크리스토프는 네팔 국경에서 인도인 남자 관리도 만났다. 팔려가는 소녀들에 대해 묻자 그의 답은 이랬다. 
 
“많은 여성이 팔려가고 있죠. 하지만 그들에게 신경쓸 여력이 없습니다. 손을 쓸 방법도 없습니다…매춘은 없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나라든 언제든 매춘이 성행합니다. 18살이 된 남자가 30살에 결혼할 때까지 욕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네팔 여성을 인도 윤락가에 팔아넘기는 것에 대해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불행한 일이죠. 하지만 그런 여성들이 희생함으로써 사회가 잘 돌아가고, 선량한 여성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잖아요.”



Changing Lives /뉴욕타임스 북리뷰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에 네팔의 인권운동가인 아누라다 코이랄라 ‘마이티 네팔(네팔 어머니들의 집)’ 이사장이 선정됐다고 한다. 
영어교사를 하던 코이랄라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집창촌에 팔려간 여성과 아동 1만2000여명을 구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코이랄라는 지금도 여전히 어린 소녀들이 팔려가고 있다며 ‘마이티 네팔’이 필요 없어질 날을 앞당기는 데 모두의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해마다 1만5000명의 네팔 여성이 성노예로 팔려나간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밀입국하는 60만~80만명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여성 대부분이 매매춘에 동원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780년대 연간 노예무역 규모는 8만여명이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는 “현대판 노예무역의 규모가 18~19세기 대서양 노예무역의 규모보다 월등히 큰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21세기 문명의 치부다. 참담한 절망에서 희망을 건져올리는 코이랄라들에게 지구적 연대가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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