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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578

출생의 정치학: 오바마 대통령과 음모론의 토양 혼혈주제와 관련되는 미국 정치판의 음모론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파들이 그의 시민권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실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 우선 오바마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간단히 전하면 다음과 같다. 버락 오바마는 1961년 8월 4일 호놀루루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캔사스에서 출생한 백인 미국시민이고, 아버지는 하와이대학에 유학 온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의 시민이다. 어머니는 1964년 이혼 후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했고 1967년 오바마를 포함한 가족은 자카르타로 이주했다. 그러나 1971년 10살이 된 오바마는 호놀루루로 돌아와 외조부모와 함께 살며 고등학교를 마쳤고 대학부터는 미국 본토로 가서 공부하고 활동하였다. 한편 미국 헌법 1조 2항에는, .. 2010. 12. 10.
가슴을 덥히는 한 끼의 식사 목수정 | 작가·프랑스 거주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친구와 함께 식사를 했다. 족히 3개월 전부터 여기에 꼭 가봐야 한다고, 열 번쯤 말하던 친구를 따라 드디어 입성한 그곳. 두 개의 창문은 붉은 벨벳으로 반쯤 닫혀 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역시, 문 높이의 붉은 벨벳 커튼을 밀고 들어서야 홀이 드러난다. 마치 기웃거리는 뜨내기 손님은 사양한다는 듯, 꽁꽁 숨어있는 식당을 들어서면, 15평 남짓한 작은 내부에 식탁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직접 반죽해서 구운 따뜻한 빵. 재료를 짐작하기 힘든, 마술 같은 소스 밑에 바싹 구워진 생선요리. 노르망디에서 공수해 온 짭짤한 수제 버터. 식당의 소믈리에가 골라놓은 묵직한 2001년산 적포도주. 마지막, 커피 잔에 나란히 곁들여 나오는, 주방장이 만든 콩알만한 .. 2010. 12. 9.
사브리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주 23살 때, 중고차를 구입하려던 부모가 모자라는 돈 대신 건넨 후, 3년간 노예로 착취되다가 병원 앞에 버려진 사브리나의 이야기는 현실에선 차마 존재할 수 없는 잔혹동화처럼 들린다. 이 믿기 힘든 이야기는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서 한층 더 자극적인 뉴스로 다가왔다. 왕을 단두대로 끌고 간 후 자유·평등·박애의 깃발을 휘날렸고, 지금도 시시때때로 우린 여전히 자유와 평등과 박애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그곳에서. 14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한 인간을 노예로 부리며 파멸시켜 갔다는 사실은, 세상 곳곳에서 허물어져가는 인간성 파괴의 흔적과 잔인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라스폰트리에는 영화 에서 평범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한 여자를 서서히 노예로, 그리고 창녀로 만들어가는.. 2010. 11. 19.
그리하여 프랑스 청년들은 더 붉어졌다 미치도록 푸른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이 세상의 모든 미와 추를 압도하던 지난 주말, 루아르강변에 늘어선 고성들을 여행하면서, 그나마 15유로까지만 허용되던 기름을 차에 넣기 위해, 문 열린 주유소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찾아다녀야 했다. 파업 중이던 정유공장 노동자들이 일터에 복귀했다는 실망(?)스러운 기사를 르피가로가 타전하던 것이 벌써 일주일 전. 그 보도가 맞다면, 프랑스 전역의 주유소는 정상 가동했어야 한다. 언론들은 파업국면이 완전히 해체된 것처럼 성급하게 기사를 타전했으나 그것은 정부의 희망사항을 받아 적은 것에 불과했다. 2주간의 방학에 들어간 학생들, 자녀들과 함께 휴가를 떠난 많은 시민들이 제자리에 복귀하는 이번 주말,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다시 시동을 건다. 그 사이 르 카나르(le.. 2010. 11. 5.
근대의 신체와 혼혈 ‘혼혈’에 대해 좀 더...: 근대의 신체와 혼혈 신체상의 차이는 차별을 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사실 신체의 모양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특정한 의미를 붙이기 때문이다. 조선 말기 서양인의 큰 키와 높은 코, 움푹 들어간 쌍까풀진 눈과 노랑머리는 낯설고 두려운 힘센 이방인의 표상이었지만, 오늘날엔 한국인이 선망하는 외모적 특성 속에 녹아들었다. 미합중국 건설기에 노예로 살아 온 아프리카 인들의 검은 색 피부는 고질적인 인종차별의 상징이지만, 몸매 좋은 젊은 여성의 태닝한 피부는 섹시한 건강미와 삶의 여유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 요소이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체는 타고난 대로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망받기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길들이고 변형해야 하는 ‘원료’이다. 어.. 2010. 10. 25.
프랑스의 '혁명전야'- 파리는 지금 '계급투쟁' 중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프랑스가 폭발 직전이다. 연초부터 줄기차게 진행돼 왔던 총파업과 집회가 9월 이후, 7번째. 이 질긴 파업의 공식 이유는 연금개혁 반대지만, 한발자국 다가가서 보면 지금 프랑스는 신자유주의가 비틀어 놓고, 사르코지가 사정없이 밟아주는 반인간적인 사회시스템에 시민들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민영화된 프랑스 텔레콤 직원의 연쇄자살 사태로 대변되는, ‘잔혹한 세상’을 이제 모두가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상원에서의 표결 결과와 무관하게 파업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노조연합의 발표가 상황의 핵을 집어준다. Protestors take the street during the demonstration in Paris,France, Tuesday, Oct.12, .. 2010. 10. 24.
검열은 존재를 잠식한다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목요일자 리베라시옹의 1면은 소년과 소녀가 벗은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사진으로 덮여있다. 파리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의 사진작가 래리 클라크의 사진전에 파리시가 18세 미만 입장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한 리베라시옹의 격앙된 고발이었다. 3면에 걸쳐, “다시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 이 당찮은 검열에 대해 리베라시옹의 분노는 차고 넘쳤다. 68혁명으로, 프랑스사회는 ‘금지를 금지하는’ 데 일찍이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성적 터부에 대한 격렬한 저항의 상징같던 동성애자 시장 들라노에가 청소년들의 성애를 담은 사진에 대한 검열의 빗장을 내걸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래리 클라크의 사진들이 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이 금지시키는 대상, 10대들이다. 그의 유명.. 2010. 10. 8.
혼혈을 보는 우리의 시선 *삶과 상상력을 시작하며 '혼혈'에 대해 나는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가르친다. 학과의 거의 모든 과목명에는 '문화'라는 말이 들어가고, 보통 첫 시간은 '문화'에 대한 수강생들의 정의(定義)를 나누고 시대적 상황적 용례를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매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수십 명의 머릿속에는 각기 다른 이미지와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기본적으로 '문화'라는 말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시대용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년을 맞아 하와이의 호놀루루에 나와있는 지금, 이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품은 작은 소망은 '문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문화'를 설명하는 내공과 필력을 연마하는 것이다. 담당자분이 코너의 이름을 "삶과 상상력"이라고 지어주셨다. 좀 거창하지만 멋있게 들린다... 2010. 10. 5.
브루니의 사생활 VS 부자들의 대통령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2주 전, 을 파헤치는 책의 출간 소식이 요란하게 외신을 탔다. 집시들을 추방한 프랑스가 유럽의회에 의해 제소되고 거친 비난의 소리들이 프랑스를 향해 쏟아지던 바로 그 순간에.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으로 난감한 일들이 발생하면, 때마침 연예인 커플들이 이혼을 하거나 결혼을 하듯. 엘리제궁이 이 책의 출간을 방해하려다 실패하였다는 소문마저, 실은 출판사와 엘리제궁이 짜고 치는 장난으로 보일 만큼, 상황은 매우 절묘했다. 사실 이 책의 등장이 사르코지에게 해가 될 것은 거의 없다. 카를라 브루니의 역할은 등장 초부터 그러했다.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시선을 끝없이 분산시키는, 대통령 옆을 공식적으로 차지한 화려한 바비인형. 연애와 정치가 뒤섞일 때, 사람들의 호기심은 최대치로 치솟는 것을 .. 2010.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