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2036 [경향의 눈]‘바이든의 전략적 인내’ 없게 하려면 ‘미국 오바마 정부 초기 북한이 쏜 미사일 한 방이 전략적 인내를 초래했다’는 인식에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를 발사한 것은 2009년 4월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특별연설을 하기 몇 시간 전이었다. 세계의 시선이 프라하에서 일제히 평양으로 쏠리며 체면이 구겨지자 오바마의 대북 태도가 일거에 경직됐다. 그런데 북한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한·미 양국은 북한 급변사태 대비 ‘작전계획5029’를 구체화한다. 한·미 군수뇌부는 ‘북한 정권교체’를 공공연히 거론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공개석상에서 “북한에 대한 전면전, 북한의 불안정 사태, 정권교체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2020. 11. 26. 싱가포르 합의 계승이 능사는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접근법에 정부와 여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어질 것인지 여부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2019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인정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한·미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은 2019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 재확인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과 당내 한반도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은 발빠르게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가 트.. 2020. 11. 20. [세상읽기]미국 민주주의 위기와 한반도 평화 200년 가까이 예외 없이 4년 주기 ‘제사(祭祀)처럼’ 치러온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78세 노익장을 과시한 조 바이든이 당선자가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파시즘적 폭정도 함께 멈췄다. 시나브로 트럼프 이야기는 과거시제(過去時制)가 됐다. 4년 전 이맘때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다는 선거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워싱턴 비주류의 예상하지 못한 쾌거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계층별로, 세대별로, 젠더(gender)에 따라 양분됐다. 부패 과두정(寡頭政)의 정점에 있던 트럼프가 주범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던 전통을 트럼프가 불복하는 몽니를 연출, 대선 후 백악관의 광경은 그야말로.. 2020. 11. 17. [여적]순자·은주·영옥의 아메리칸 드림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에서 한국인 101명을 태운 미국 상선 겔릭호가 이듬해 1월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이들의 미국행은 한인 노동자를 파견해달라는 하와이사탕수수재배협회의 요청을 고종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사상 첫 미국 이민이었다. 이후 1905년까지 모두 7226명이 미국 이민선에 올랐다. 먹고살기 힘든 조선 땅을 떠나는 그들의 마음 한쪽에는 ‘황금의 땅’ 미국에서 새 삶을 일구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자리잡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미국 내 한인은 1만명을 넘지 못했다. 일제가 한인의 미국 이주를 막은 데다 미국 또한 1924년부터 한인 이민 금지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국에 주둔한 많은 미군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한 뒤 함께 미국으로 들어갔다. 1990년대 중반까지 미.. 2020. 11. 16. [경향의 눈]바이든 시대의 트럼피즘 미국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했다. 일부 주의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11일(현지시간) 이미 선거인단의 절반이 넘는 279명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선거를 도둑질했다며 불복하고 있지만 결과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바이든은 이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가 설치한 황금색 커튼을 걷어낼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나는 분열이 아니라 단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을 치유할 시간이 왔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를 축출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분명히 희망적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미국 사회의 통합과 치유가 쉽지 않은 이유도 동시에 보여준다. 바이든은 역대 최다인 7600여만표(50.7%)로 승.. 2020. 11. 12. [여적]폭스뉴스의 변신 폭스뉴스는 미국의 시청률 1위 케이블 방송이다. 지난 3일 대선 개표방송에서도 모든 방송사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2016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1등공신 가운데 하나였다. 트럼프는 2011년 아침 프로그램 에 고정 출연하면서 관계를 맺었다. 사내 성추문을 다룬 영화 의 장본인인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2017년 사망) 덕분이었다. 당선 후에는 주요 인사들을 백악관과 행정부에 중용하며 공생관계를 이어갔다. 대표 인사가 앵커 출신인 헤더 나워트 전 국무부 대변인과 해설자 출신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다. 폭스뉴스와 백악관 간 ‘회전문 인사’만 20명이 넘는다. ‘국영 TV’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이번 .. 2020. 11. 11.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트럼프를 위한 변명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를 물리친 바이든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이로써 트럼프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트럼프, 그는 이 시대 미국인의 꿈을 실현하려던 영웅인가, 아니면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데 급급했던 간웅일 뿐인가? 트럼프시대가 빨리 끝나길 바랐던 사람으로서, 바이든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를 넘어 트럼프가 꾼 미국의 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꾸었던 첫 번째 꿈은 백인이 계속 통치하는 미국이다. 미국 인구 중 백인의 비중은 나날이 줄어들어 1960년대 85%였으나 2000년 69%, 2020년 현재 60%로 줄었다. 그 대신 히스패닉이 19%, 흑인 13%, 아시아계 6%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내건.. 2020. 11. 10. [김민아 칼럼]4년 후, 해리스와 오바마가 겨룬다면 카멀라 해리스(56)는 흰색 바지정장 차림이었다. ‘서프러제트 화이트.’ 20세기 초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들이 흰옷을 입은 데서 유래한 용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 당선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 연설을 한 해리스는 말했다. “저는 첫 여성 부통령이 되겠지만, 제가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오늘 밤 모든 소녀들이, 이 나라가 가능성의 나라임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워싱턴포스트의 로빈 깁핸은 해리스의 당선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초. 최초. 최초(First. First. First).” 최초란 표현을 세 번 쓴 건 해리스가 여성·흑인·아시아(인도)계라는 3중의 장벽을 한꺼번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2020. 11. 10. [여적]매케인의 승복 연설 2008년 11월4일 밤(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친구들, 긴 여행이 끝났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대선 승복 연설을 시작했다. “미국인의 뜻은 확고했다. 조금 전 버락 오바마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둘 다 사랑하는 이 나라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야유하는 지지자들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오바마를 축하해줄 뿐 아니라 그가 필요한 화합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아들딸과 손자손녀들에게 우리가 물려받은 나라보다 더 나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오바마에게) 우리의 선의와 노력을 보내자.”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오바마의 경험부족을 비판한 그였지만 이날엔 시종일관 승자를 치켜세웠고 지지자들에게 화합을 강조.. 2020. 11. 10.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