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25 Page)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2036

[여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2인자 자리는 양면적 특성이 있다. 늘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다. 묵묵히 뒤를 지키는 병풍 같은 존재다. 하지만 1인자의 뒤에 있으니 비판받을 일이 없다. 힘을 모아 후사를 도모하기에 이만한 자리가 없다. 슈퍼파워 미국 행정부의 2인자, 부통령 자리도 비슷하다. 초대 부통령 존 애덤스는 “부통령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라고 자평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도 한 정치풍자 프로그램에서 군인들에게 핫도그를 배달하는 게 헌법이 부여한 부통령의 임무라고 농담했다. 하지만 어떤 대통령을 만나느냐에 따라 부통령의 역할은 크게 달라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딕 체니 부통령은 실세 역할을 했다. 리처드 닉슨 등 14명이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이 된 것을 봐도 무시할 수 있는 자리가 .. 2020. 8. 13.
[여적]빈과일보 홍콩의 일간지 빈과일보(果日報)의 로고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애플처럼 ‘한 입 베어먹은 사과’다. 제호의 ‘빈과’는 사과를 뜻한다. 하지만 사과의 의미는 다르다. 애플은 IT기업답게 중력을 발견하게 한 아이작 뉴턴의 사과다. 빈과일보는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악도 뉴스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빈과일보는 홍콩에서 발행부수(10만부)가 두번째로 많은, 반중국 성향의 대표적인 매체다. 1995년 6월 창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설립자 지미 라이(黎智英·72)는 창간 직전 도발적인 TV광고를 만들었다. 사격 표적지처럼 자신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은 광고였다. 기존 매체에 던진 도전장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신문과 달리 타블로이드 판형을 도입하고, 표준.. 2020. 8. 12.
[특파원 칼럼]코로나19와 미·중 신냉전 코로나19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지만 중국에서 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했고,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기막힌 역사의 우연으로 기록될 것이다. 21세기 양대 초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의 시대를 끝내고 경쟁과 갈등의 시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관계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미·중 경쟁을 두고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종종 동원됐지만 동조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사회적·경제적으로 사실상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존재론적 경쟁’을 벌였던 20세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에 비해 미·중은 너무 깊숙이 연결돼 있고,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양분됐던 냉전 시절에 비해 전 세계도 훨씬 더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은 달라졌다. 코로나1.. 2020. 8. 12.
[정동칼럼] 미·중관계가 틀어지면 안 되는 이유 한국은 우호적이고 협력하는 미·중관계를 바랐다. 원만한 미·중관계하에서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중 우호관계하에서는 설사 양국 간 갈등 요인이 나타나더라도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었다. 실제로 미·중 사이 한국의 외교는 각 정권의 특색과 상관없이 본질적으로는 전략적 모호성이 기본 틀이었다. 어떤 정부도 안보와 경제 이익 중 하나가 훼손될 가능성의 발생을 피하려 했다. 민감한 현안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며 미·중의 합의 또는 상황에 변화가 올 때까지 버티며 어느 한 측과도 갈등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종합국력의 격차를 줄여오고 나아가 추월까지 전망되는 중국의 부상을 .. 2020. 7. 24.
[사설] 총영사관 폐쇄로 최악의 상황 치닫는 미·중 갈등 미국 정부가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24일 오후 4시(현지시간)까지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주중 미 영사관 폐쇄를 포함한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지난해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책임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홍콩보안법 갈등을 넘어 공관 폐쇄로 번지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충은 생각하지 않고 충돌을 거듭하는 양국에 유감을 표한다. 외국 공관 폐쇄는 외교관계 단절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휴스턴 총영사관이 1979년 미·중 수교 후 미국에 설치된 첫 중국 영사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상징적이다. 미국이 폐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지식재산권 및 개인정보.. 2020. 7. 24.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이 아니다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급변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협력사업에 사사건건 개입해 제동을 걸고 남북사업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은 남북관계의 족쇄’라는 인식은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워킹그룹은 대북제재를 포함한 북한 문제 전반을 다루기 위해 2018년 11월에 만들어진 한·미 간 논의의 틀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워킹그룹이 생기고 나서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같은 논의 .. 2020. 7. 22.
[여적] 트위터 해킹 사태 지난해 8월30일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했다. “히틀러는 죄가 없다”는 등 나치 옹호 발언과 흑인·유대인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비속어가 잇따라 그의 이름으로 공표됐다. 트위터 측이 증오·혐오 발언 단속 방침을 밝힌 후 일어난 일이다. 20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크고 작은 해킹 사고가 이어지며 취약한 보안 문제를 노출한 트위터가 직접 곤욕을 치른 해킹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해킹의 일차 목표는 ‘교란’이다.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판매, 사기, 협박 등 범죄로도 이어진다. 짧은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는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3억3000만명에 달한다. 팔로어가 가장 많은 인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 1억2000만명대다. ‘트위터 정치’.. 2020. 7. 17.
[정동길에서]거북이는 다시 떠난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관광지들이 문을 닫았다. 갈라파고스도 폐쇄됐다. 외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던 항공편이 3월 중순부터 끊긴 것이다. 바다사자와 이구아나와 새들이 다시 섬들의 주인이 됐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했다는 에콰도르의 이 섬들이 200년 만에 평화를 찾은 것 같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군도의 여러 섬 가운데 중심인 산타크루즈에는 ‘외로운 조지’의 동상이 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마지막 핀타섬땅거북이다. 조지가 죽으면서 이 종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다른 거북이들도 언제 핀타섬땅거북이의 운명을 따를지 모른다. 그래도 인간에게 시달리던 이 단단한 생명체들은 코로나19 덕에 숨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키토대학과 찰스다윈재단의 과학자들은 모처럼 이 섬의 생태계를 차분히 연구할 틈을.. 2020. 7. 15.
[특파원 칼럼]미국의 ‘개학 준비법’ 이틀 남았다. 미국 수도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산하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9월 초 시작되는 새 학년 새 학기에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받을지 선택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다. 주 이틀 학교 등교 수업 또는 주 나흘 온라인 수업 중에서 골라야 한다. 한번 선택하면 학년을 마칠 때까지 1년간 바꿀 수 없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자니 코로나19가 걱정이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듣게 하자니 학업과 스트레스가 걱정이다. 페어팩스의 개학 방안이 지난주 미국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학해야 한다고 주지사들을 압박하고 나서자,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이 페어팩스를 콕 집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디보스 장관은 모든 학교는.. 2020.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