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2036 [사설]막나가는 북, “감내하지 않겠다”는 남측 경고 새겨들어야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 원색적인 언어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6·15정신을 되돌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청와대의 대북특사 파견 제안 사실까지 공개했다.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 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이날 비판은 상궤를 벗어났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일방적.. 2020. 6. 18.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위안부 문제의 전부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 해도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반대로, 일본이 반성은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배상만 하면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는 것인가. 한·일 갈등의 핵심요소인 위안부 문제는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된 지 오래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짓밟은 위안부 문제를 법적으로만 해결하려는 이 상황은 지독한 역설이자 한·일 모두의 불행이다. 법은 인간사회의 가치체계에서 가장 하위의 개념이다. 특히 동양적 사고체계에선 가장 정점에 있는 ‘성(聖)스러움’을 인간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현실적 의미를 담아 구체화할 때 정의-도덕-예의-법의 순서로 내려온다. 정의는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도덕은 누구나 갖춰야 할 덕.. 2020. 6. 17. [사설]개성 연락사무소 폭파한 북, 긴장 조성 행위 즉각 멈추라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하는 조치를 이행했다”고 폭파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문을 연 사무소는 1년9개월 만에 사라졌다. 일방 철거는 엄연히 남북 합의 위반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자고 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청와대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측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이날 폭파는 북한이 최근 밝힌 대남 적대선언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 2020. 6. 17. 세계의 걱정거리가 된 미국 “지난 몇 년 동안 선거의 공정성, 사법부 독립, 부패 억제 안전장치에 대한 압박을 포함해 민주적 규범과 기준들을 훼손하려는 노력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언론, 법의 지배 그리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다른 기둥들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퍼부은 사나운 언어를 동원한 공격은 이 나라가 다른 정부들을 향해 핵심적인 인권과 자유를 지키라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했으며, 오히려 독재자들과 선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데 활용됐다.”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세계자유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이 단체가 심각한 어조로 평가한 대상은 남미나 동유럽, 혹은 동남아의 어느 나라가 아니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미국이 주인공이다. 미.. 2020. 6. 17. [여적]동상의 수난 동상은 ‘구리(銅)로 만든 조각상’이다. 그리스 신상이나 불상도 조형의 재료가 구리라면 모두 동상이다. 하지만 철이나 돌, 석고로 만든 인물조각상 역시 동상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동상은 흔히 재질에 상관없이 인물을 빚어낸 조형물을 가리킨다. 중국 간신 진회의 동상이나 전두환의 감옥 동상처럼 악인을 징치하기 위해 만든 동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상은 인물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세운다. 주인공은 거개가 군주, 장군, 선각자와 같은 영웅이다. 그렇다고 영웅이 모두 동상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건립 당시의 정치·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담아내야 한다. 미술평론가 맬컴 마일스의 말을 빌리면, 동상은 “과거 권력자의 담론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현재 권력자의 담론”이다. 동상 건립은 국민의.. 2020. 6. 16.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하인리히 법칙과 북의 도발 가능성 통계학적으로 대형사고를 예측하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 29건과 경미한 징후 300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에 적용하면 최근 북한이 내놓은 대남 조치들은 작은 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이전부터 여러 징후가 있었으나 우리가 이를 무시했거나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대형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남, 대미 강경 선회의 조짐은 작년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나타났다. 작년 4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더 이상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한·미 군사연습, 북한탄도미사일 요격시험 등 북한 적대정책을 중단하라면서 연말까지 새로.. 2020. 6. 16. [사설]북, 소통·협력으로 돌파구 찾자는 문 대통령에 응답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아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오랜 단절과 전쟁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6·15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20년 전 오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뒤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대결 시대로 회귀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주년 행사들도 빛이 바랬다. 지난해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남측에 연대사를 보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함께 열자고.. 2020. 6. 16. [특별기고]6·15선언 20년, 자주와 신뢰를 생각한다 올 6월은 매우 특별한 달이다. 15일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고, 25일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다. 70년 전인 1950년, 강대국들 간의 동서냉전이 그들이 갈라놓은 한반도에서 6·25전쟁으로 터졌다. 우리 민족은 대량 학살당하고 ‘불신과 대결’의 질곡 속에서 반세기를 살아오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화해와 협력’으로의 대전환을 이뤄냈다. 오늘 우리는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다. 6·15 공동선언의 의의는 무엇이며,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무엇인가? 올 6월 들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6·15의 핵심적인 의의는 공동선언 제1, 2항에 잘 나타나 있다. 첫째, 남북한은 한반도 통.. 2020. 6. 15. [사설]북, 남한과 결별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쌓아올린 남북관계를 아예 없던 일로 되돌리겠다는 ‘결별 예고’이자 파국 압박이다. 지난 열흘간 북한은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다가 급기야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는 단계로 남북관계를 몰아갔다. 마치 ‘파국 시나리오’라도 정해놓고 움직이는 듯 일사불란하다.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북한의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곧바로 대북전단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 2020. 6. 15.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