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2036 [경향의 눈]조지 플로이드가 소환한 것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조지 플로이드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4000만명이 넘는 미국인 중 한 명이었다. 식당 겸 나이트클럽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다 실직했다. 운명의 날인 지난 5월25일, 그는 위조지폐로 담배를 사려 했다. 흉기를 지니지도 않았다. 경찰을 위협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은 등 뒤로 수갑이 채워진 그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8분46초간 눌러 살해했다. “숨을 못 쉬겠다”고 10여차례나 애원했건만 허사였다. 키 193㎝·몸무게 100㎏이 넘는 거구였기 때문일까. 흑인이어서일까. 아니면 과거 무장강도 전과 때문일까. 이 어느 것도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관행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의 죽음 이후 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2020. 6. 11. [여적]라파예트 광장 미국 백악관 북쪽에는 좁은 도로와 접한 공원이 있다. 라파예트 광장(Lafayette Square)이다. 프랑스 후작으로 의용군을 이끌고 미 독립전쟁에 참전한 드 라파예트의 이름을 땄다. 공원 네 모퉁이에는 라파예트를 비롯해 독립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외국인 영웅 4명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 조경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드루 잭슨 다우닝이 공원으로 개발했다. 그 전까지는 경마장, 묘지, 동물원, 노예시장, 군대 야영지 등으로 쓰였다. 백악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라파예트 광장은 ‘시위 1번지’로 유명하다. 백악관 앞 시위는 그 상징성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시위객들이 몰려든다. 과거 유신정권과 광주민주화항쟁 때 한국의 재.. 2020. 6. 10. [사설]남북 연락채널 다 끊은 북한, 대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건가 북한이 9일 판문점과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청와대 핫라인 등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단절했다. 북한은 또 “대남 업무를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측을 ‘적’으로 규정했다.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대응을 비판해온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실행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북한의 조치는 남북관계를 2018년 이전의 험악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북한은 진정 남북대결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연락채널 단절이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의 첫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추진 중이라는 사업계획에는 이미 공언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연락사무소와 남북 군사합의서.. 2020. 6. 10. [사설]북한은 대남 압박 멈추고, 정부는 대북 정책 재점검해야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들어 남북관계 단절까지 언급하는 등 연일 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적은 역시 적” “갈 데까지 가보자”는 극언까지 나왔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대변인 담화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적한 내용들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측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할 경우 취할 조치로 거론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실행에 옮길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남북관계가 2년 반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지극히 유감스러운 상황 전개다. 북한이 갑자기 이처럼 격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과 의도는 분명치 않.. 2020. 6. 8. [사설]남북 긴장 조성하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돼야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고 남측에 요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4일 노동신문에 실린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북전단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인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와 연계해 해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다지는 상황에서 나온 북한 측의 특이 동향이라 .. 2020. 6. 5. [여적]위기의 페이스북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 미국 마이애미 경찰서장 월터 헤들리가 1967년 흑인 시위 때 폭력 보복을 공언하며 처음 입에 올린 말이다. 인종차별을 담은 끔찍한 표현으로 악명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이 말을 올렸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군중을 ‘폭력배들’(thugs)이라 지칭한 뒤였다. 이후 비난이 커지자 트럼프는 “그 말의 유래를 몰랐다”고 발뺌했다. 트럼프의 겁박성 막말에 대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트위터는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운영 원칙 위반”이라고 명기하며 게시글을 숨김 처리했다. 지난달 26일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이.. 2020. 6. 3. [정동칼럼]미국의 구조화된 폭력을 보는 한 시각 시민불복종 시위는 의도하지 않게 일부 파괴와 폭력성을 동반하기도 한다. 폭력성을 옹호해서는 결코 안 되지만, 그것을 빌미로 평화적 시위의 본질을 매도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6월2일 트럼프가 보여준 행태는 이런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말았다. 백악관 로즈가든에 선 트럼프는 시위대를 싸잡아 테러집단으로 몰아붙였다. 자신은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나약한 주지사들을 대신해서 연방군대를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선언했다. 군과 경찰이 섞인 진압대는 트럼프의 연설을 기다리던 평화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제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지금 미국 주요 도시들은 인종차별과 인권탄압에 반대하는 저항의 물결로 가득 차 있다. 지난주 CNN 앵커 쿠오모는 이 시위가 단지 흑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억울한.. 2020. 6. 3. [사설]확산하는 흑인 시위로 드러난 미국의 인종 차별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 주요 도시에서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가 약탈과 방화 등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1992년 백인 경찰들의 흑인 로드니 킹 구타사건으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 폭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위대는 당국의 야간 통행금지령과 군대 투입 등 강력 대응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요 도시에서 공권력에 맞서고 있다.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이라는 불만을 넘어 누적된 구조적 차별을 향한 분노의 표출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인종 갈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의 흑백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짐크로법’은 시민권 운동의 결과 1965년에 폐지됐.. 2020. 6. 3. [사설]일본, 수출규제 무의미한 ‘시간끌기’ 당장 그만두라 정부가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관리 강화,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등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자 내놓은 조치다. 산업부는 “지금 상황이 당초 WTO 분쟁해결 절차 정지의 조건이었던 정상적인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한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수출규제 문제를 양국 간 협의로 풀지 못하고 WTO 제소로 가게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규제 조치 이유로 든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과 관련해 한국은 재래식 무기규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 2020. 6. 3.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