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시각각]경제적 ‘이성’보다 반EU·반이민 ‘감정’ 택한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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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글로벌 시시각각]경제적 ‘이성’보다 반EU·반이민 ‘감정’ 택한 영국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7. 5.

나를 포함한 학자와 전문가의 예상은 빗나갔다. 영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탈퇴파가 이기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영국인은 경제적 이성보다 유럽연합(EU)과 이민에 반대하는 감정에 휩쓸렸다. 세계를 놀라게 한 브렉시트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화에 대해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브렉시트는 세 가지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브렉시트 결과가 발표된 직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급락하는 증시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 _ AP연합뉴스

첫째 표면적으로 보면 핵심 이슈는 이민이다. 실제로 1990년대 영국 전체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은 5% 수준인 데 비해, 최근에는 13%를 넘어섰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복지혜택을 통해 영국인의 돈을 빼앗아 간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민자가 영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영국인보다 복지혜택을 덜 받는다는 사실은 그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잉글랜드 전역을 브렉시트 충격이 강타했다. 노동당의 아성이었던 북부 잉글랜드에서도 탈퇴파가 압승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지지층이 반드시 경제적 이유로 투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업률이 가장 높은 18~24세 연령대에서 잔류를 지지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민자에 대한 생각에는 일자리나 복지보다 문화와 언어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국민투표 이후 영국에서 인종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이 늘어났다.

 

둘째, EU에 대한 영국인의 불만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영국의 민주적 주권을 제한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이민, 난민, 범죄자에 대한 EU 정책이 개별 국가의 대의민주주의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국 소시지의 고기 함유 비율, 치즈 보관 온도 등까지 규제하는 EU 관료에 대한 원성이 컸다. 그리스에서 국민들이 뽑은 권력을 압박, 정책을 바꾸게 한 것도 EU민주주의의 적으로 보이게 했다.

 

셋째, 브렉시트의 구조적 요인을 이해하려면 저소득층, 노년층, 중소도시 등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에서 탈퇴 지지 비율이 높았음을 주목해야 한다. 브렉시트는 불평등이 커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융 중심시인 더시티와 경제 엘리트는 엄청난 부와 소득을 얻고 있는데 비해 중산층과 하층민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보수당과 노동당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원의원 대다수가 탈퇴에 반대했지만 성난 민심은 정치 엘리트를 사실상 탄핵했다.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상, 유럽 극우정당의 부상은 닮은 점이 많다. 저소득 노동자의 지지, 이민에 대한 반감,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이 그렇다.

 

이러한 현상은 궁극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거부다. 지난 30년간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승자와 패자가 생겼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대체로 패자들이다.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책임자인 금융회사와 정치인들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비해 이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가파른 벼랑에 섰다.

 

새로운 종류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세계는 평평하다는 토마스 프리드먼의 사고는 거부당했다.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중시하는 세계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세계화로 부자만 이익을 보고 서민은 피해를 본다는 불만에 대답해야 한다. 한국 정치권도 수출과 해외투자로 이익을 얻는 재벌 기업의 요구에 끌려가기보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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