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그제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병행 추진하는 협상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큰 문제는 모두 압박이나 제재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군사적 수단은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는 탓에 더더욱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제안은 느닷없는 물타기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분리할 수 없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압박이나 제재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인식에도 공감한다.
중국의 제안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론은 6자회담 9·19합의와 2·13합의에도 들어 있다. 합의 이후 북한은 평화체제 구축 후 비핵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한·미는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입장을 절충하자면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이 방안이 9·19합의 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휴지조각이 됐다며 평가절하한다. 그렇다고 근본 해법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냉전구조의 산물이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평화체제 구축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그에 앞서 북한과 미국의 적대와 불신,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 등 여러 부문에서의 동시적 관계 진전이 선결돼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북핵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을뿐더러 풀리지도 않을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뮌헨 내 한 호텔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_연합뉴스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무시한 북한에 대해 응징 차원의 제재는 필요하다. 왕이 부장도 “안보리 결의를 연속해 어긴 데 대해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고강도 제재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시각은 착시일 뿐이다. 한 국가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은 평정심을 잃고 한반도를 신냉전구조로 몰아가고 있다. 당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반도 평화라는 큰 틀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내다보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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