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난민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유럽연합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후속 조치로 집행위원회는 ‘유럽국경해안경비대(EBCG)’를 설치한다는 데 합의했다.
유럽국경해안경비대는 1500명으로 구성되며, 2020년까지 3억2200만유로(약 415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유럽연합의 국경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프론텍스(Frontex)’가 해당국 주권을 준수하기로 함으로써 창설된 것과는 달리, 유럽국경해안경비대는 해당국의 승인 없이 자유로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회원국들은 이 조직의 강제집행권이 회원국의 주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1985년 프랑스,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5개국은 공통의 출입국 관리정책을 마련해 국가 간 통행에 제한을 없앤다는 내용을 담은 ‘쉥겐조약’을 체결했다.
쉥겐조약에는 기본적인 인권이 적용된 유럽연합 국경관리계획이 포함되었다. 2005년 한 해 동안 3000~4000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이 해안을 통해 유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익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국경관리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기구인 유럽연합 국경수비대 ‘프론텍스’가 창설되었다.
현재 쉥겐조약 가입국은 27개국으로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에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빠져 있으며,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지만 쉥겐조약에 가입한 국가로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가 있다. 쉥겐조약 회원국들의 해안 국경과 육지 국경을 합하면 4만4000㎞에 달한다. 이는 프론텍스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크기다.
스페인령 멜리야의 국경 철조망 위에 앉아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_AP연합뉴스
유럽의 국경에는 1700개의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고, 매년 3억명 이상을 검사한다. 유럽연합 국경수비대 프론텍스는 공동지침을 가지고 국경 관리를 책임진다. 공동지침에는 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본국 송환 시 인간적인 존엄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다.
프론텍스는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항공기 21대, 헬리콥터 27대, 보트 116척을 비롯해 경찰력을 파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었고 필요 시 해당 국가의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론텍스는 2008년 6800만유로의 부적절한 예산 남용과 절대적으로 필요한 남부 유럽의 중심부를 관리할 수 없다는 비난에 휩싸이는 등 그 역할은 물론 능력 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국경을 넘는 난민들의 이동은 빈곤국들에는 하나의 현상인 반면,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상당한 수준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 어떤 국가도 난민이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난민 문제는 회원국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이슈인 동시에 국제범죄, 테러리즘, 마약 문제 등 회원국의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한편 난민들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현재 프론텍스가 맡고 있는 유럽연합의 국경 경비를 확대·강화하게 될 상설 유럽국경해안경비대의 설치는 유럽연합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국의 승인 없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국경해안경비대는 2013년 조직범죄 억제와 난민들의 해상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감시체계인 ‘유로수르(Eurosur)’와 함께 난민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에도 북한 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유럽연합이 해당국의 주권 침해와 인권 침해 논란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종서 | 한국외대 EU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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