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지구적 난제인 난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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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 지구적 난제인 난민 사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21.


유럽의회가 지난 17일 긴급 표결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난민 12만명 분산 수용안을 승인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난민 유입국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다. 지난 14일 열린 EU 각료회의에서는 동유럽 국가의 반대로 난민 할당안 합의에 실패했었다. 따라서 유럽의회의 이 같은 표결은 회원국들에 대해 합의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EU 28개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22일 난민 할당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유럽 내 실질적인 해법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유럽 각국이 12만명의 난민 할당을 수용한다고 해도 난민 사태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내전으로만 발생한 국제 난민 수가 약 400만명이다. 여기에 현재 정치적 혼란으로 내전 혹은 준내전 상태인 예멘, 리비아, 이라크,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에서 유럽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난 사람도 1000만명이 넘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다. 2014년 유엔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난민은 약 6000만명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출신인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유럽 등 선진국으로 가길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증가할 것이다. 정치·경제적 이유 외에도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으로 발생하는 환경 혹은 재해 난민도 늘어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럽 내에서도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직면할 난민 사태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 단계인 것이다. 일단 국가별 강제 할당제가 실시되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수가 폭증할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 각료회의가 추진 중인 옵트아웃(Opt-out)제도도 동부유럽 국가들에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난민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국가에 난민 1인당 6000유로(약 8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이지만, 이 정도의 금액은 각국이 난민에게 제공할 몇 년간의 정착금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시리아 난민_경향DB


결국 범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의회는 지난 10일 EU, 유엔, 미국, 아랍 국가, 그리고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난민 사태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분담해야 할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난민 사태의 지속은 저개발 국가의 정치·경제 및 사회적 불안을 장기화한다. 또 이 불안정성을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킨다.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금융위기와 경제침체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진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이민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헝가리 여기자가 난민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난민 사태는 또 난민 브로커를 포함한 범죄조직의 증가는 물론 난민을 가장해 이동하는 테러세력의 확산도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난민 사태는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지구적 난제다. 국제사회의 포괄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유엔의 난민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난민 구호 및 수용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유럽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 긴급구호를 위한 각국의 지원금이 확대되어야 하고, 유엔 차원의 난민 할당제 논의도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향후 추가적인 난민 발생을 줄이기 위한 국제분쟁 갈등 해소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시리아 사태만 보더라도 미국과 러시아가 이견을 보이면서 내전이 장기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전 종식에 기여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결의안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일부 강대국의 정치·경제적 이해에 의해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난민 사태라는 심각한 부메랑이 발생해 왔다. 한때 난민을 발생시켰고 현재도 북한의 이탈주민을 수용하고 있는 우리도 이 지구적 난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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