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 의회 연설에서 이민자 보호와 사형제 폐지, 기후변화 대응, 불평등 해소 등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미국의 얼굴인 미 의회야말로 연약한 사람들을 공정한 입법으로 보호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고 미 의회의 책임감을 촉구했다. 교황이 2016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민감한 정치적 현안을 직설적으로 언급하고 나서자 공화당 일각에서 ‘민주당 편향이 아니냐’고 불편한 시선을 던지고 있는 모양이다. 교황이 낙태·동성애 반대 등 공화당과 공유하는 이슈는 언급하지 않고 이민개혁·기후변화 등 공화당 입장과 다른 문제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황의 메시지에는 전혀 파당성을 담고 있지 않다. 예컨대 교황은 불시에 이민자 소녀를 안아주고, 노숙자들을 찾아 “여물통(구유)에서 태어난 예수 역시 노숙자였다”고 언급했다. 낮은 곳에 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했을 뿐이다. 또 교황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최강대국인 미국의 선도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교황의 언급대로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고, 그런 미국인 이민자 역시 차별받는 소수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오는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책무가 있는 것이다. 교황이 인용한 ‘남에게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장 12절)는 성경 구절은 이민자와 시리아 난민 문제 등에 미온적인 미국 사회를 향한 매서운 질타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무기거래 문제에 관한 교황의 발언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탄소가스 배출국이며, 세계 최대의 무기거래국인 미국에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교황이 미국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미국인이 앞장서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교황이 ‘자유의 땅이며 용감한 이들의 고향’이라고 칭찬한 미국과 미국인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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