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긍정 평가하면서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어제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남북 고위급 긴급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김 제1비서는 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내부 회의에서 남북회담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합의 이행 의지를 천명한 것은 자연스러운 업무 수행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언론매체를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은 외부 세계에 합의 이행을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수많은 남북회담을 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개리에 합의 이행을 다짐한 적은 드물었다. 이에 따라 남북 당국간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김 제1비서 김정은_경향DB
북한이 남북 당국 간 교류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파탄에 빠진 경제와 체제 이완 등 내부 문제와 함께 외교적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미관계는 물론 오랫동안 혈맹관계를 맺어온 중국과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고 체제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남북대화와 교류는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뿐 아니라 북한에는 경제·외교적 안전판을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
북한은 김 제1비서의 약속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 바란다. 나아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도 자제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주변국의 군비 경쟁만 촉발시킬 뿐 결코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없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모처럼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악재가 될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서 신뢰를 쌓는 것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평화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박근혜 정부도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부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 모두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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