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 대통령 ‘보복사태’ 첫 경고, 일본 무겁게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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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문 대통령 ‘보복사태’ 첫 경고, 일본 무겁게 받아들여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7. 9.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의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사태 자진 철회가 해법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맞대응할 것임을 경고했다. ‘싸움을 바라지는 않지만, 싸우게 되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언급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7월5일 (출처:경향신문DB)


문제는 일본이 자진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지난 7일 ‘수출규제 북한 관련성’ 시사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민방TV에 나와 “한국은 ‘(대북)제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 대북 제재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니 일본의 전략 품목들이 북한에 유출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웃나라를 음해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들은 더 노골적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가 한국에 수출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행선지는 북한”이라고도 했다. 수출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짜뉴스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한국측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규제 대상을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좋을 게 없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이성을 되찾아 외교적 방식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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