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과도한 GSOMIA 압박, 동맹국 자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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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국의 과도한 GSOMIA 압박, 동맹국 자세 아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8. 29.

미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연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을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한국 정부의 GSOMIA 종료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 뒤 정부와 미 의회 책임자들까지 나서 공식·비공식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의 독도 훈련까지 비판했다. 급기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이런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GSOMIA 종료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한국과 일본이 GSOMIA를 종료하는 것이 결국 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장치인 GSOMIA가 종료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인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틀어질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비아리츠 _ AF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GSOMIA 복원을 압박하는 것은 여러모로 잘못된 판단이다. 우선 이 사안은 일본의 공세로 출발했다. 일본은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한국도 불가피하게 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따라서 이 일을 초래한 당사자와 행위는 그대로 둔 채 한국만 탓하며 GSOMIA 복원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과거사를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고 삼권분립의 정신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을 두둔하는 것이 과연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미국이 한국군의 독도 훈련을 비판한 점이다. 독도는 명백한 한국의 영토이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주권국가가 자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군사훈련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한국인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지정학적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며, 이 점에서 한·미동맹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국의 이익이 미국과 늘 일치할 수만은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는 GSOMIA 종료를 선언하면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안보 현실을 반영하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것, 이것이 한국민의 뜻이다.


미 국무부는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강행에 또다시 “미국은 두 동맹국이 진지하게 이 문제를 풀 것을 장려할 것”이라고만 했다. 미국이 앞으로도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더 이상 요구해서는 안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보복 조치를 철회하면 GSOMIA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미국이 태도 변화를 요구할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GSOMIA 복원을 요구한다면 한국민은 이를 방위비 분담금 등 동맹비용을 더 받아내려는 의도로 간주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임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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