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중국의 ‘큰손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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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중국의 ‘큰손 아줌마’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8. 30.

27일 상하이에서 문을 연 코스트코 중국 1호점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회원제 할인매장은 인파가 몰려 개장 5시간 만에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10~20% 싼 식료품과 온라인보다 저렴한 술·화장품, 명품 패션·가방들이 금세 동난 것이다. 전동 셔터가 올라갈 때 사람들이 바닥으로 기어 달려갔고 계산대에서는 1시간을 기다렸다. 문전성시·인산인해·품절로 이어진 대륙의 소비력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애국’을 선창해 온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아줌마 경제는 글로벌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썼다. ‘큰손 아줌마’를 뜻하는 ‘따마(大마)’를 신드롬(현상)에 빗댄 것이다.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개점한 미국의 회원제 마트 코스트코 매장 내부가 개장 첫날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상하이 _ AFP연합뉴스


따마가 세계 뉴스로 등장한 것은 2013년 4월. 순금 값이 20% 급락하자 미국 월스트리트로 몰려가 싹쓸이 쇼핑에 나섰을 때다. 열흘 만에 17조원을 뿌리며 순금 300t을 사들여 금값이 반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영어단어 ‘DAMA’를 만든 해였다. 따마는 다음해 제주도 부동산 구매자의 90%를 점했다. 2017년엔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자로, 2018년엔 중국은 참가 못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싹쓸이 쇼핑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금·주식·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투자도 소비도 공격적으로 몰려다니는 큰손이다.


따마는 중국 도시에 살며 직장 은퇴 후 손주와 가사를 돌보는 약 1000만명의 50~60대 주부를 칭한다. 1960년 전후 마오쩌둥 시대에 태어나 1980년대 개혁·개방 시대에 사회에 진출하고, 이때까지 무상으로 받은 직장인 아파트가 1990년대부터 폭등하고 재개발되며 경제적 여유가 커진 중국의 고령사회 진입세대다. 광장무(舞)를 즐기는 그들은 집단적 사고와 비교·모방 심리도 강한 세대로 묘사된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는 ‘아줌마’는 체면·집착보다 자기만족을 우선하는 ‘합리적 경제인’이다. 2010년 타임지가 ‘쉬코노미(She+Economy)가 왔다’며 주목한 세계의 큰손 주부들은 강남 아줌마(한국), 소피아 부인(유럽), 스미스 부인(미국), 와타나베 부인(일본)을 지나 이제 따마가 대세다. ‘코스트코 품절’ 사태를 이끈 그들은 중국 내 온라인 여행상품 구매 상승률도 가장 높다. 무역분쟁 속 세계의 눈이 너나없이 따마의 돈과 동선에 꽂혀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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