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스러운 홍콩사태, 경찰이 시위 군중에 발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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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우려스러운 홍콩사태, 경찰이 시위 군중에 발포하다니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8. 27.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지난 25일 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경고사격을 했다. 하늘을 향해 쏜 위협사격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초부터 시작해 석 달 가까이 이어져 온 홍콩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에는 홍콩 시위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까지 투입되는 등 대치 양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러다 평화시위는 고사하고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스크를 한 홍콩 아이가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구호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26일 완차이 지역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여성의 품에 안겨 있다. 홍콩 _ EPA연합뉴스


홍콩 경찰은 이날 발포가 시위대의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날 흥분한 일부 시위대가 각목을 휘둘렀고, 경찰관 6명이 권총을 빼들었으며 이 중 한 명이 경고사격했다. 또한 경찰관들은 총구를 시위대뿐 아니라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까지 겨눴다. 경찰의 과잉대응이 분명하다. 경찰이 실탄으로 사격을 가한 것은 시위대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의심케 한다. 평화시위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중국이 홍콩 시위에 무력개입하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홍콩에서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과거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어록을 소개했다. 중국은 이미 홍콩과 이웃한 광둥성 선전에 무장경찰을 집결시켜놓고 있다. 중국 당국이 당장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홍콩 경찰이 25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공식 집회가 끝나고 난 뒤에도 췬안 공원에서 시위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들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다. 경찰은 12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서 이날 처음으로 실탄 경고 사격을 했다. 홍콩 _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이처럼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은 오는 10월1일 건국 70주년 행사 전에 ‘홍콩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콩 시위는 9월에 결정적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당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강경 진압을 해서는 안된다. 홍콩 시위 현장에서 ‘독립’이라는 구호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이면에는 자유가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정책에 따라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갈수록 자치권을 잠식해왔다. 중국은 자치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홍콩 시민들은 스스로 평화집회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건국 7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전 세계가 중국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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