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도 ‘대북전단 제지’ 적법하다는데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법원도 ‘대북전단 제지’ 적법하다는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7.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통일부가 어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를 줄이기 위해 경찰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북한이 이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자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고까지 했던 종전의 완고한 태도에 비춰보면 상당한 완화다. 정부는 그러나 대처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남한 내 여론이나 남북관계 추이를 봐가며 대응하겠다는 어정쩡한 자세인 듯하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부가 좀 더 전향적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분위기는 새해 들어 남북 양쪽에서 잇따라 조성됐다. 먼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비빌 언덕을 제공했다.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 등 강력한 남북대화 재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로써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결정적 동기를 제공했다. 의정부지법이 그제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서는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해온 민간단체 대표가 당국의 풍선 날리기 방해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힌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같은 날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를 훼손하거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의원이 대북전당 살포 관련 경찰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대북전단 살포는 민간단체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북한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을 감안하면 효율적 수단인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에 앞서 남북 대화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북한 실세 3인의 남측 방문으로 어렵게 마련된 제2차 고위급접촉도 결국 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런 점에 비춰 정부의 이번 대처는 대화의 주체로서 지나치게 모호하고 소극적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막을 수 없다”는 기왕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전단살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하면 된다. 북한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길이므로 주체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북한도 정부의 노력에 적극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