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남북관계·한미동맹 양립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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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정동칼럼]남북관계·한미동맹 양립 가능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15.

해방 7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 벽두부터 남북, 북·미관계 모두 심상치 않다. 남북관계는 대결에서 대화로 방향을 전환하는 좋은 흐름이다. 지난해 연말 남측의 장관급회담과 1월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고당국자 회담 제안으로, 남북관계는 대화로 물꼬를 트고 있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대결로 치닫는 나쁜 흐름이다.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의 미국 주도와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으로 북·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과 북·미관계 후퇴에 직면한 한반도 정세가 빠른 속도로 얽히고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관리 능력,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 5년, 박근혜 정부 지난 2년을 합쳐 7년 동안 지속된 대결구도에 피로현상이 커지고 있는 지금, 대화는 절박하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올해 안에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거둬야만 하는 압박이 있다. 국내 정치적 어려움과 경제 현실을 볼 때,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낮은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올해가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시킬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인 것이다.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도 북·미관계, 북·중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하나의 돌파구다.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의 외교력, 남북관계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왔다. 지난 3년간 내부 정치 안정, 경제부문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 대외부문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차례다. 김 제1위원장은 자신이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판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공세적인 대남정책을 펼치는 이유들이다. 어쨌든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한 시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대남정책 중시는 나쁘지 않다.

남북 최고당국자의 의지가 작용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 성과가 가시화할 수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북·미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김 제1위원장 체제의 남북대화 기조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 제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신년 초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이어 테러지원국 재지정까지 포함하는 추가 압박 카드도 꺼낼 태세다. 당분간 대화보다는 제재, 당근보다는 채찍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이에 북한은 강한 반발 속에 키리졸브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의 대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흐름 속에 북·미관계 갈등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압박할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대화 기조를 발전시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비핵화 대북 제재 공조에 함께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까지 남북관계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이 논의될 경우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박근혜 정부가 오바마 정부를 이해시키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관계의 유지를 위해 한·미 간 충분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그 자체만으로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오바마 행정부에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 대화는 남한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을 방지하고, 한·미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한·미 간 모든 정부, 민간 대화 채널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가 13일(현지 시간) 하원 외교위원회(위원장 에드 로이스)가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을 밝히고 있다. _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 위기이자 기회가 오고 있다. 일방적인 한·미관계 우선 접근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남북관계 우선 접근으로 한·미관계를 어렵게 한다면 위기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남한이 북·미 간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회다. 박근혜 정부가 한·미동맹 우위나, 남북관계 우선으로만 가기엔 한계가 있다. 해방 70주년, 남북한 당국이 그동안의 강 대 강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대화와 협력구도로 관계를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대화와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가 양립 가능하도록 만드는 박근혜 정부의 관리 능력을 기대한다.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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