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유력 인사들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헤지펀드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2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화 급락은 영국인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 타격을 가한다. 그가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하겠다는 것인지, 진짜 영국 경제를 걱정해 조언한 것인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소로스가 60년에 걸친 투자 경험을 갖고 있고 1992년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해 런던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다는 점, 소로스가 움직이면 헤지펀드가 따라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가벼이 흘릴 수 없는 경고다. 아마 헤지펀드들은 영국 경제에 조그만 빈틈이라도 보이면 인정사정없이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발생해 미국 경제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브렉시트가 상당한 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준 의장들은 전통적으로 모호한 화법을 구사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찬성은 자해 행위”(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는 내년에 즉각 경기 침체에 빠질 것”(국제통화기금 보고서)이란 경고는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10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영국이 잔류하는 게 명백히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영국 내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국내외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된다. 자국 문제라고 주장하기엔 브렉시트가 가져올 파장이 너무 크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여론조사에서 약간만 변화가 나타나도 출렁거리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 “영국 경제의 타격 가능성을 설파하는 공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며 경제적 우려를 제기한 인사들을 비난한 것은 무책임하다. 오히려 영국 내 일자리와 복지 축소를 이민자들이나 유럽연합 탓으로만 돌리며 브렉시트를 선동하는 것은 궤멸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도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통화전쟁과 급격한 자본 유출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응 계획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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