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일본 두 전직 총리의 ‘탈핵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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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주목되는 일본 두 전직 총리의 ‘탈핵 연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 15.

다음달 9일 치러질 일본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 원전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두 전직 총리가 ‘탈핵’을 고리로 선거 연대를 이루면서다. 호소카와 모리히토 전 총리는 그제 “원전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며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이번 선거는 원전 없이도 일본이 발전할 수 있다는 집단과 원전 없이는 안된다는 집단 사이의 싸움”이라며 “호소카와 전 총리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전직 총리가 지사 선거에 출마한 것도 그렇지만 중앙 정부의 정책 사안인 원전 문제가 지방선거의 중심 이슈로 부각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 의미와 경과를 주목할 만하다.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가 경남 산청군 작업실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민당의 원로로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기도 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아베와 자민당 정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그것을 정치적 행동으로 구체화한 점이다. 우파 정치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그가 연립정권의 첫 총리로서 정치적 성향이 완전히 다른 호소카와 전 총리와 연대를 하게끔 한 명분이 원전 문제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민주당 정권이 채택한 ‘원전 제로’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재가동 및 수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 시절 원전 찬성론자였으나 지난해 8월 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견학한 뒤 완전히 입장을 바꾸었다.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적 사제이자 전·현직 총리 간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호소카와 전 총리의 출마로 도쿄도지사 선거는 그와 자민당의 지지를 확보한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의 2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가장 유력한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공산당과 사민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장 등 탈원전에 공감하는 후보 간의 단일화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집권 자민당과 고이즈미-호소카와를 중심으로 한 탈핵 연대의 대결로 치러질 도쿄도지사 선거 결과는 아베 정권의 원전 정책은 물론 국정 운영에도 변수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탈핵을 선거 쟁점화한 일본을 보면서 국내 정치권의 무심한 태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제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2035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9%로 높여 현재 가동 중인 23기와 건설 중인 5기, 계획 중인 6기 외에 4~7기의 원전을 더 지어야 할 형편이다. 그것도 향후 20년 사이에 한 기의 원전도 폐로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국민 여론을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를 원점에서 재설정하며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서 재검토”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전면 파기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원전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정치 시계는 정반대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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