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간
냉랭한 관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영국 인터넷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거부당한 것은 북한의
금융·경제 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단호한 거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 역시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어제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평양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소식을 짤막하게 보도하는 것으로 끝냈다. 북한은 그동안 최대 우방국으로서 중국 신임
대사가 부임할 때 대대적으로 환대해왔다. 북한은 또 알렉산드르 티모닌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의 이임 때 강석주 당 비서를 만나 작별
인사했다며 상세히 소개한 반면 전임 류훙차이 중국대사 이임 때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일화들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같은 해 12월 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등으로 악화된
북·중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양국이 이런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칫 5월9일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서 각각 참석한 두 지도자가 제3국에서 어색하게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일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양쪽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며 관심을 표명했지만, 현실적으로 러시아 전승절 이전 정상회담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북한군이 얼어붙은 강을 도보로 건너고 있다. (출처 : 경향DB)
북·중관계의 악화는 양측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관계 악화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핵 문제에 관해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과 외부세계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조정하는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중국의 한반도 위기관리 능력이
약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중국이 북한에 외부세계의 통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 악화가 북한에 이로운 것도 아니다. 북한은
중국과 소원해지는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서라도 깊이 간여할 전략적 이익이 별로 없다고 여기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에 관한 진전된 태도로 대중관계 회복에 나서는 길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중관계 회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북·중관계의
개선은 북핵 문제 진전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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