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미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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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미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1. 30.

1. 위키리크스가 또 일을 냈습니다. 미 외교전문 25만건을 공개했다고요.


기밀문서들을 입수, 공개하는 위키리크스(http://wikileaks.org/)가 미 국무부 문서들을 폭로했습니다. 미 국무부가 전세계 270개 해외 공관과 주고받은 외교 전문 25만건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을 가리켜 막말을 하거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경로와 관련해 미 정부가 의심하고 있는 사안들, 북한 붕괴 시나리오 같은 민감한 자료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파장이 큽니다.


2.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폭로된 외교전문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경제난과 권력승계 문제로 붕괴할 경우를 상정, 통일 한국에 관한 전망을 협의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중국에 ‘상업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한 미국대사의 언급도 들어 있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 2월 보낸 문건에서, “한국 관리들은 통일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면 중국과 적절히 거래를 하는 편이 도움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미 정부에 보고했다는 겁니다.






3. 북한과 이란 간의 핵 커넥션 얘기도 있다는데.


미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부품이 이란행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이었던 북한 미사일 부품 정보가 있어서, 미 국무부가 그와 관련된 상세한 ‘기밀’ 자료를 중국에 건네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 압박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중국이 실제로 어떻게 응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습니다.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서유럽을 공격할 수 있는 최신예 미사일을 얻었고, 미국은 이란이 이 미사일들을 바탕으로 장거리 미사일 제작에 나설까 우려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4.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언급도 들어 있다는데 각각 어떤 내용들인지.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는 오래전부터 이란과 앙숙이죠.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이 미국에다가 이란을 공격하라고 부추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반면 이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은 아니었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란을 군사공격해봤자 이란의 핵 계획을 1년에서 3년 정도 늦추는 효과 밖에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 군사공격에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전문에서는 사우디 부자들이 여전히 알카에다 같은 테러단체에 돈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요.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 공작원이 미국 등을 노린 사이버공격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5. 유엔과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내용들도 있다고.


역시나 민감한 문제인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이름으로 된 한 문건은 자국 외교관들에게 유엔의 소통 시스템과 유엔 최고위 당국자들의 개인적인 사항 등에 대해 파악하라는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히틀러’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쎈 남성’을 가리키는 ‘알파 독’으로 지칭하는 등 다소 경멸적인 표현들도 들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보좌관은 미 국무부 고위간부와 대화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미쳤다”고 표현했다는 군요.


6. 미국 정부는 문건 공개에 펄펄 뛰었을 것 같은데.


위키리크스가 몇달 전 아프간전 기밀문서들을 폭로해 한 차례 난리가 났었죠. 이미 얼마 전부터 국무부 문건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는 “실정법 위반”이라며 반대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공개가 됐습니다. 

사실 어떤 일에 많은 사람들이 심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만, 그것이 물증으로 드러나고 또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되면 문제의 차원이 달라지죠.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 중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민감한 것들이 많습니다. 국무부가 자국 공관들을 일종의 스파이 조직처럼 운영했다는 것, 뒷거래 같은 일을 해왔다는 것 등등이 다 드러난 거니까요. 

백악관은 위키리크스의 이런 공개가 “미국 외교관과 정보 전문가를 비롯해 민주주의와 개방을 위해 미국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분별한 행위”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일로 몇몇 나라들 사이에서는 관계가 긴장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7.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런 문건들이 다 위키리크스에 들어가게 됐는지?


한마디로 미 정부가 ‘털렸습니다’. 그런데 국무부 외교문건들이 털린 곳은 국무부가 아니라 국방부였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위키리크스가 사이트에 공개를 하기 전에 외교전문을 미리 전달받아서 공개를 했는데요.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9·11 테러 뒤에 정보공유를 활성화한다면서 만든 내부 전산망(Siprnet)이 뚫렸다고 합니다. 

국방부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미군 수백만 명과 국무부 직원들이 접근하는 전산망이기 때문에 보안이 허술했다는 겁니다. 이 전산망이 만들어진 다음에 국방부 뿐 아니라 국무부도 재외 공관들과 공유해야 하는 정보를 여기 올렸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위키리크스 공개 뒤 전산망 보안 강화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정은 기자 http://ttalgi21.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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