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식의 유럽 리포트]‘콕스 쇼크’ 런던 템스강에는 침묵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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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정동식의 유럽 리포트]‘콕스 쇼크’ 런던 템스강에는 침묵만 흘렀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2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둔 마지막 주말인 18일 영국의 수도 런던은 이틀전 발생한 조 콕스 하원의원에 대한 피격사건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도시 전체가 침묵 속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찬반 양 진영이 배와 보트를 몰고 나와 치열한 선상 시위를 벌였던 템스강도 흐린 날씨 속에 유람선만 간간히 오갈 뿐 평온했다. TV에서는 찬반 토론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췄고 요란했던 버스투어와 간담회 등도 모두 취소됐다. 19일 캠페인이 다시 시작됐지만 영국을 쪼개놓을 듯 격렬했던 적대감은 사라졌다.

 

16일 영국의 EU탈퇴를 주장하는 남성에게 살해당안 조 콕스 하원의원이 살았던 런던 템스강 보트 하우스. 보트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꽃과 사진, 초, 추모글로 뒤덮였다. 런던_정동식 통신원

 

템스강 동쪽 타워브리지 부근에 위치한 와핑 하이스트리트 16번지를 찾았다. 이곳은 영국의 북부지방인 웨스트 요크셔 출신 콕스의원이 살던 곳이다. 그의 집은 특이하게도 템스강 위에 떠있는 보트다. 콕스 의원의 집이 속한 거주지 공동체 출입문 앞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꽃들이 수북이 쌓였다. 문 곳곳에 그의 평소 모습이 담긴 사진과 추모글이 나붙어 있었다. 방명록에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들이 수백개 넘게 남겨져 있었다.

 

콕스 의원이 사는 보트 마을은 현재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채 이웃들이 그의 보트하우스를 관리해 주고 있다. 보트도 온통 꽃과 사진, , 추모글로 덮혀 있었다. 보트 옆에는 콕스 의원이 평소 쓰던 자전거가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이웃은 그는 30분이나 걸리는 의사당까지 항상 자전거를 이용했다면서 바빠도 이웃을 위해 시간을 내주고 힘들 때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아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즐거움을 줬다고 회고했다.

 

런던 의회광장에 설치된 임시추모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런던_정동식 통신원

 

이 공동체의 주민 의장인 앤 웨인라이트는 조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좋은 면 뿐만이 아니라 나쁜 면까지 보여줬다그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춰서 그가 꿈꾸던 행복한 세상을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웨인라이트는 영국 시민들이 찬반을 떠나 미움과 증오가 아닌 영국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곳에는 부부끼리 오거나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두 아이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아서는 조의 죽음은 증오에는 신념도 인종도 종교도 없으며 그저 유독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 맞서 싸워할 것이 뭔지 알려주려고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런던 시민 조셉 뉴먼은 그의 죽음으로 탈퇴 캠페인이 증오를 바탕으로 너무 과격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콕스 의원이 의회를 오갈 때마다 쓰던 자전거가 보트하우스 옆에 놓여 있다. 런던_정동식 통신원

도심의 의회광장에 마련된 추모소는 인파로 북적였다. 콕스 의원이 활동했던 의사당 바로 건너편이어서인지 외국 관광객들도 많았으며 꽃을 헌화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였다. ‘우리가 조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제목의 게시판, 사진 주변에 놓인 추모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증오였다. ‘희망·평화·사랑·단결같은 말이 함께 있었다. 콕스 의원의 사진 앞에는 우리는 그녀를 죽인 증오에 맞서 단결해야만 한다고 쓴 큼지막한 종이가 놓여 있다. 드레이라고 밝힌 사람은 나는 미국에서 와 당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인 것 같다면서 당신이 보여준 인류애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대부분 콕스의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브렉시트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던 익명의 한 영국인은 콕스 의원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용의자에 대해선 아무 것도 증명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유럽으로부터 완전한 주권을 되찾아야 하며 이민도 규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일 만큼 역량이 크지 않다고 당당히 말했다.

 

언론에 종사하고 있다는 샘 그레고리는 나는 보수당 지지자지만 보수당이 당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당 바깥으로 끄집어 내 나라를 분열시킨 데 대해 분노한다면서 카메룬 총리는 투표 결과 잔류로 결정되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힌다고 주장했다.

 

<런던|정동식 통신원·전 경향신문 기자 dos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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