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식의 유럽 리포트]한국 기업 “거점 옮겨야 하나” 교민들 “반이민 정서 커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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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정동식의 유럽 리포트]한국 기업 “거점 옮겨야 하나” 교민들 “반이민 정서 커질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21.

오는 23(현지시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에 있는 국내 기업과 교민들의 걱정도 커졌다. 탈퇴가 결정될 경우 기업은 물론 교민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민들은 잔류가 결정되더라도 이번 투표의 촉매제였던 이민자라는 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템스 강에서 유럽연합(EU) 잔류 지지자들이 대형 스피커로 잔류를 호소하는 노래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런던 _ AFP연합뉴스

 

19일 코트라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영국에 나와 있는 국내 기업은 120여개다. 이 중 상당수가 유럽 시장을 겨냥한 거점 역할을 한다.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은 유럽연합(EU)과는 달리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것이 돼 관세율이 올라가고, 파운드 가치가 떨어져 수익 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트라가 실시 중인 여론조사에서 지금까지 응답한 기업의 70% 정도는 브렉시트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피해가 가장 클 업종은 물류와 금융 분야다. 영국이 탈퇴할 경우 유럽 대륙과의 상품 이동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어 유럽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 상당수가 프랑스나 독일로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렉시트가 가결돼도 실제 탈퇴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영국은 다른 나라들과도 협정을 새로 맺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과 우선적으로 협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영국 수출액은 739000만달러로 전체 규모의 1.4%였다.

 

영국의 EU 잔류의 계층별 이해관계_경향DB

브렉시트가 돼 국내 기업이 유럽 본사를 대륙으로 옮기거나 유학생들이 줄어들면 교민사회는 직격탄을 맞는다. 영국 내 교민은 45000여명, 주재원과 유학생 등을 제외한 순수 교민은 2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한인들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장 큰 고객이 기업 주재원들과 학생들이다. 기업 주재원들이 유럽 대륙으로 옮겨가면 한인 상권에 미칠 타격은 결정적이다. 특히 운송, 요식, 숙박업 등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잔류가 결정되면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탓에 투자를 보류해 왔던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가능성이 높아 한인 상권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교민들은 대부분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그러나 교민들을 이끌고 갈 한인회는 회장 선거를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10년 가까이 조직이 와해된 상태다. 박필립 템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 대기업 직원들이 출장을 오면 한인 민박집을 많이 이용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호텔로 바꿨다면서 한인회가 활성화돼 있으면 이런 문제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국이 잔류 쪽으로 결정하더라도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이번 투표 과정에서 이민자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많이 표출돼 현지인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김인수 변호사는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던에서 한인이 급격히 늘어난 2002년 무렵 한인 가게들이 백인들로부터 돌멩이 공격을 받고, 한인 목사가 폭행당한 일도 있었다면서 단기적으로 보면 이번 투표 과정에서 좌절한 백인들의 분노가 이민자인 한인들 쪽으로 옮겨올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동식 런던 통신원·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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