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0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면 북한도 핵실험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제의를 한 이래 같은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어제도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을 그만두면 북남 사이에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
16일에는 이례적으로 현학봉 영국주재 북한대사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대화 상대를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하는 상황에서는 진정한
대화나 어떤 진전도 가능하지 않다”며 훈련 중단을 주장했다.
한·미 훈련이 없으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다. 문제는 핵실험 중단이 한·미
훈련 중단 이유가 되느냐 하는 점이다. 핵실험은 국제사회가 조건 없이 요구하던 것으로 훈련 중단과 등가물은 아니다. 북한이 진정
군사적 긴장 완화를 원한다면 조건을 내걸기 보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동해상에서 열린 한·미 연합훈련에서 미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상공으로 미 전투기와 수송기 등이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것이 오직 한·미 훈련뿐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미 훈련은 북한의 관점에서 군사적 긴장의
원인이겠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미 훈련은 원인인가, 결과인가의 이분법으로
접근하기에는 복잡한 문제다. 한·미 훈련은 오랜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낳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북한과 한·미가 서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북핵인지, 한·미 훈련인지 따지는 것은 소모적이다. 그런 합의할 수 없는 쟁점을 놓고 시비하기보다 상호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실용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를 시작해야 대화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서로 제시하는
조건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만나지도 않으면 대화의 계기를 찾을 수 없다. 일단 대화를 해야 북한이 핵실험 유보 말고 다른 카드를
더 내도록 유인할 기회도 생긴다. 만일 한·미가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훈련 중단은 절대 불가’라는 도그마에 집착해서도 안된다.
남북, 북·미 간 북핵 개발 중단과 군사적 신뢰 구축 논의가 진행되던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다. 북한의
경직성을 풀기 위해 한·미도 경직성을 풀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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