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이번 유엔총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 문제다. 정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럼 다음 단계는 유엔총회로 가져간다.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일단 준회원국 자격이라도 얻을 수 있다. 현재 회원국 193개국 중에서 팔레스타인 가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단 두 나라다. 지금까지도 늘 그랬다.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안건만 나오면 반대 2표가 나오는데, 그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몫이었다. 지구촌 전체가 동의해도 두 나라가 반대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결정적 이유다.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약 20년의 협상은 실패로 끝났다. 결정적 이슈는 점령지 내 불법 유대인 정착촌 문제다. 협상 개시 이후 정착촌의 유대인은 오히려 3배 이상 늘어나 웨스트뱅크에서만 30만명을 넘었다. 이스라엘은 실효적 지배와 정착촌 주민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자국 영토화를 고집한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미국-유엔-유럽연합-러시아 4국연합(콰르텟)의 평화협상도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으로 결국 성과없이 끝났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회원국 가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 이유다. 국제적 이슈로 공론화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향후 이스라엘과의 양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적 성격도 강하다. 아랍 민주화 이후 경쟁정파인 하마스에 비해 급속도로 인기를 잃어가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 의도도 깔려 있다. 문제는 이미 120여 국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고 있고, 또 회원국이 되더라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망가진 삶은 나아질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빼앗긴 토지를 되찾을 길도, 수많은 체크 포인트에서 몸수색을 피해갈 방도도, 거대한 감옥 같은 분리장벽을 허물 힘도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고 요지부동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의 어떤 결정도 “해가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진다는 결정만큼 의미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보란듯이 9월27일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에 주택 1100채를 신축하는 안을 승인했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미국도 당혹하게 한 조치였다. 미국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 내 유대인 유권자의 파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오바마는 거부권이라는 선물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구촌 대부분이 반기는 사안을 미국 혼자 반대하기가 쉽지 않아 오바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랍 민주화 시위로 모처럼 마련된 긍정적 분위기에서 반미정서가 증폭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취임 초기부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지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그래서 마지막 카드인 거부권 행사 대신 안보리 15개국 전체회의에서 가입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외교적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 관련 문제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거부권을 남용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그러나 지구촌 대부분이 반기는 사안을 미국 혼자 반대하기가 쉽지 않아 오바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랍 민주화 시위로 모처럼 마련된 긍정적 분위기에서 반미정서가 증폭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취임 초기부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지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그래서 마지막 카드인 거부권 행사 대신 안보리 15개국 전체회의에서 가입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외교적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 관련 문제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거부권을 남용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194번째 정회원국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대신 유엔총회 과반수 득표를 통해 코소보, 바티칸처럼 준회원국 지위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팔레스타인은 당당한 국가로서 점령지 정착촌 문제를 국제법의 틀로 가져가고, 무고한 시민을 학살해온 이스라엘 당국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테러로 낙인찍혀 왔던 하마스 중심의 저항 투쟁도 독립운동으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번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 신청과 논의 과정은 유엔의 역할, 특히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의 전횡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일깨워주었다. 또한 유엔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규범과 틀 속에서 평화와 공영을 함께하겠다는 한 국가의 보편적 요구와 사회적 정의를 외면한 미국에 대한 절망이 더 커지고,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이스라엘에 대한 인류사회의 비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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