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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8

[여적]알메달렌 정치 축제 1968년 7월 스웨덴의 올로프 팔메 교육부 장관은 가족과 함께 발트해 한가운데 있는 중세풍의 휴양지 고틀란드섬으로 휴가를 떠났다. 당시 총리 내정자이기도 했던 팔메 장관은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주민들과 간단한 정책간담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궁리 끝에 팔메는 고틀란드 주도인 비스뷔의 알메달렌 공원에서 주민들과 가볍게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주차된 덤프트럭에 올라 영수증에 간단히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서 즉흥 연설을 했다. 미국의 하노이 폭격을 신랄히 비판한 이 연설은 뜻밖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총리가 된 팔메는 같은 장소에서 다시 주민들과 만났다. 즉석 ‘트럭 연설’의 장소인 휴가지가 스웨덴식 열린 정치의 메카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알메달렌은 정치도 축제로 승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21세.. 2018. 10. 31.
차별을 즐기는 당신에게 “제가 면역이 없고, 운이 나빴다고 할까, 그런 블로그를 만나서 믿고 말았습니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에는 50대 여성 ㄱ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ㄱ씨는 차분하고 정중한 말투로 “블로그가 불안감과 공포감을 부추겼다. 세뇌당했다”고 했다. ㄱ씨가 말한 블로그는 ‘여명(余命) 삼년 시사일기’라는 익명의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다. 이 블로그는 “조선인은 일본의 암”이라고 주장하면서 ‘재일(在日)’은 불법체류자로 입국관리국에 통보할 것, ‘반일(反日)’은 외환(外患) 유치죄 등으로 경찰에 고발할 것, 조선학교 보조금 중단에 반대하는 변호사회 회장 성명에 찬성한 변호사는 ‘확신적 범죄행위’ 등으로 징계를 청구할 것 등을 촉구해왔다. 이에 지난해 전국 21개 변호사회에는 성명에 찬성한 변호사들을 대상으.. 2018. 10. 31.
[사설]확산 조짐 보이는 지구촌 증오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정계의 변방 인물이었으나 대규모 정치 부패 스캔들과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치안불안 등으로 기성 정당의 지지가 추락하자 ‘변화’를 내세우면서 지지율을 높여왔고, 수감 중인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무산되면서 끝내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보우소나루가 성소수자, 여성, 원주민을 차별하고 독재를 비호해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는 과거 군부독재 정권(1964~1985년) 시절을 옹호하는가 하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두둔했다. 유세 당시에는 경쟁 상대인 노동자당의 지지자들을 총으로 쏘라며 폭력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 특.. 2018. 10. 30.
판빙빙과 가짜뉴스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범위를 중국 전체로 넓히면 더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취재 영역을 벗어난 질문을 받곤 한다. 예를 들면 “중국 사람들은 왜 잘 안 씻냐”(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혹은 “아직도 안 씻냐” 같은 질문부터 “중국에도 짬뽕이 있냐”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지난 한 달간 쏟아진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판빙빙은 진짜 어떻게 된 거냐”다. 근래 판빙빙 사건처럼 한국 대중의 전폭적 관심을 끈 중국 뉴스도 없어 보인다. 판빙빙 사건은 어찌보면 간단하게 정리되는 뉴스다. 이중계약 의혹이 제기된 후 3개월간 공개 활동을 중단했고, 이후 탈세 사실이 확인돼 9억위안(1437억원)가량의 벌금이 .. 2018. 10. 24.
[사설]연합훈련 유예를 둘러싼 한·미의 다른 목소리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회동한 뒤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 국방부는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 측면에서 훈련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국 측은 하루 뒤 “훈련을 유예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비태세를 감안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양측은 입장을 조율한 뒤 “이달 말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미측의 발표가 실수일 뿐 엇박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한·미 국방부는 작은 훈련도 입장을 조율한 뒤 공.. 2018. 10. 23.
[사설]반인륜적 사우디 언론인 피살사건 국제사회가 나서야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사건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터키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암살팀 요원들이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의 신체 일부를 자른 뒤 7분 만에 참수했고, 시신 훼손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목되고 있다. 국제 여론이 들끓자 사우디 당국은 뒤늦게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가 하면, 상부의 지시 없이 자국 요인들이 벌인 독자적인 작전이었다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은 커지고 있다. 사우디 명문가 출신인 카슈끄지는 미국 유학을 거쳐 중동 각지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해왔고,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과의 인터뷰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빈라덴의 극단적인 반미 테러리즘을.. 2018. 10. 23.
[아침을 열며]속도의 비대칭이 한·미 공조 균열인가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 북한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이건 우문이다.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먼저인가. 북·미 비핵화 협상은 나아갈 듯하면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작금의 상황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선행 의지가 분명하다.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밝힌 이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 10월 고위급회담에서 군사 분야와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에 합의했고 후속 일정도 줄줄이 잡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한반도 평.. 2018. 10. 22.
[사설]우려스러운 미국의 핵무기 폐기조약 파기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파기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여러 해 동안 조약을 위반해 왔다”며 “우리는 조약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23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INF는 1987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그 후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 2018. 10. 22.
[사설]교황의 방북 수락을 환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로써 남북이 추진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행보가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교황의 방북 의지를 환영한다. 교황으로서는 방북이 쉽지 않은 결정이.. 2018.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