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2036 코로나 이후 국제질서에서 한국의 역할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에는 항상 바이러스가 있었다. 페스트는 13~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봉건제가 무너지고 시민사회가 출현하는 단초가 됐다. 16세기 유럽의 정복자들과 함께 남미에 상륙한 천연두는 당시 내성이 형성되지 않았던 원주민 90%를 절멸시킴으로써 남미 문명의 몰락을 가져왔다. 남미 정복으로 얻은 막대한 금과 은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자본주의의 기초가 형성됐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 이면에는 1918~1920년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있었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세계 질서를 바꾸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를 짓누르고.. 2020. 4. 8. [경향의 눈]트럼프의 ‘코로나19 촌극’ ‘5시의 촌극’이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의 한 호텔에서 오후 5시마다 했던 전황 브리핑의 별칭이다. 이 브리핑이 촌극으로 희화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진실보다 거짓말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파일 당시 AP통신 사이공 지국장의 묘사가 정곡을 찌른다. “동남아시아의 부조리극 극장에서 최장 공연되고 있는 희비극.” 실제로 브리핑에서는 기자들과 미군 간 가짜 통계와 거짓 전황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 후 ‘5시의 촌극’은 거짓말로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태를 비꼬는 대명사로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5시의 촌극’이 새삼 떠오른다. 트럼프는 지난달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매일 저녁 백악관에서 ‘코로나 브리핑.. 2020. 4. 2. 트럼프의 전쟁, 쿠오모의 전쟁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나라가 되면서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트나 거리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의 표정에선 불안감이 흐른다. 마스크는 병자나 쓰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마스크 쓰기를 거부해온 그들이지만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뒤에 숨어 있는 대량 실업의 공포도 그들을 짓누르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진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진짜 전쟁 중이다.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내 감염자의 40%가 나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최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아직 재난의 초입에 불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의 재난에 대처하고 .. 2020. 4. 1. [조성렬의 신한반도 비전]북한의 미국 대선 대처법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4만명을 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코로나19의 확산 책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전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집권 후 이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글로벌감염예방프로그램 예산을 80%나 줄였고, 내년도 글로벌보건프로그램 예산도 30억달러나 삭감하는 등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삭감했다. 고용, 주가 등 경제실적으로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 초반에 우세를 보였지만, 감염병 확산으로 실업자가 늘고 주가가 폭락해 위기관리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미 대선은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11월3일 대선일까지 시간이 있어 속단하기 이르지만,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우리의 최대 관심.. 2020. 3. 31. [여적]쿠오모 형제 지난 23일 밤 9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CNN 방송의 TV쇼 . 진행자 크리스 쿠오모(50)가 출연자를 소개했다. “뉴욕 주지사이자 나의 형 앤드루 쿠오모다. 또 나와줘 고마워.” 쿠오모 주지사(63)는 대뜸 “엄마가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말의 숨은 뜻을 알려면 일주일 전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 16일 쿠오모 주지사는 동생 프로그램에 출연해 뉴욕주의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형제는 ‘누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인가’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형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잘 알지만 엄마에게 전화할 시간은 있겠지? 엄마가 형 소식을 듣고 싶어해.” “나오기 전에 전화했어. 근데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식이고, 너는 두 번째래.” 이 장면은 코로나19로 고통.. 2020. 3. 27. [여적]갈라파고스도 뚫은 코로나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태평양 쪽으로 약 1000㎞ 떨어진 곳에 19개의 섬들이 모여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다. 1535년 파나마 주교 토마스 데 베를랑가라는 인물이 페루로 가던 중 표류하다 처음 발견했다. 갈라파고스란 이름은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는 ‘갈라파고’에서 유래했다. 말안장 모양의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들이 많아서 붙여졌다. 수백만년간 외부와 차단된 무인도였던 갈라파고스는 고유종들이 넘쳐나는 거대한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찰스 다윈은 1835년 탐험선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찾아 생물들을 관찰한 후 진화론의 기원이 되는 을 펴냈다. 갈라파고스는 ‘고립’의 상징으로 통한다. 갈라파고스 증후군(Galapagos syndrome)이란 표현이 대표적 사례다. 국제 표.. 2020. 3. 26. [여적]올림픽 성화 성화는 올림픽의 상징이다. 고대 올림픽의 제단을 밝힌 불꽃이 기원이다. 근대 올림픽으로 계승돼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 처음 재현됐다. 고대에 없던 성화 봉송은 히틀러 치하에서 열린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 때 깜짝 등장했다. 성화가 채화된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부터 독일 베를린까지, 7개국을 거치는 3187㎞ 길을 3331명의 주자가 11박12일간 이어달렸다. 히틀러의 정치 선전 이벤트였던 셈이다. 전후 “나치의 아이디어를 두는 것은 수치”라는 반대가 나왔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화·우정을 기치로 내걸며 1952년 대회부터 성화 봉송을 의무화했다. 꺼지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그동안 숱한 얘깃거리를 낳았다. 당대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해저·우주·.. 2020. 3. 25. [사설]트럼프 “코로나 방역 협력”, 북한도 적극 호응하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 생일에 친서를 보낸 이후 두 달 만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낸 담화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미관계 추동 구상을 설명하면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북한에 협조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한다. 모처럼의 트럼프 친서에 ‘북·미관계 추동 구상’이 담겨 있다는 게 특히 관심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두 나라의 관계발전 구도를 얼마만큼이나 바꾸고 견인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고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로 줄달음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말대로라면 .. 2020. 3. 23. [기고]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희망을 본다 지난달 29일 무장조직인 탈레반과 미국 간 합의 도출을 계기로 아프간이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1만6000명의 미군과 다국적군이 단계적으로 완전 철수하는 대신 탈레반은 테러활동을 중단하고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포괄적인 정부 수립에 협력하는 것이다. 9·11테러로 촉발돼 19년째 이어온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끝나고 앞으로 2년 내에 미군 철수가 완료될 가능성이 보인다. 최대 관건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의 협상이다. 아직은 회의적 전망이 많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해 실시된 대통령선거 여파로 지도부가 내분을 겪는 상태여서 탈레반과의 협상을 위한 대표단 구성에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국토의 절반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은 아프.. 2020. 3. 20.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