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는 섬이 아니다. 마라도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물속 깊이 잠겨 있는 암초다. 10m 정도의 매우 높은 파도가 치지 않는 한 보는 게 불가능하다. 또 이어도는 이어도가 아니다. 암초 이어도는 전설로 전해져 오는 이상향 이어도라는 이름을 빌려온 것뿐이다. 한국 정부는 1995년 이 암초에 해양 종합과학기지를 설치하기 시작해 2003년 완공, 선점한 바 있지만 한국 영토는 아니다. 유엔해양법상 암초는 영토가 될 수 없다.
이 암초가 한국 영해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이어도는 해양 자원을 활용하고 연구할 수 있는 영해 밖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속한다. 그리고 그곳이 한국 EEZ 내인지, 중국 EEZ 내인지 정해진 바가 없다. 양국은 각자 EEZ를 정했지만 상당 부분이 겹치고, 그 겹치는 곳에 이어도가 있다. 양국은 여러 차례 협상을 했지만 어떻게 나눌지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한·중 간의 등거리를 주장한다. 이 경우 이어도는 한국 측에 속하게 된다. 반면 중국은 해안선의 길이가 한국보다 크므로 EEZ도 그만큼 커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을 주장한다. 이 경우 중국 측에 속하게 된다. 이어도가 중국 대륙의 연장인 대륙붕의 일부라는 점에서 지질학적으로는 중국 논리가 설득력 있다. 지리학적으로는 등거리가 타당하므로 한국의 논리가 유리하다. 이런 팽팽한 입장 때문에 서로를 납득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지점에 있다.(출처 :경향DB)
이어도의 이런 애매한 지위로 인해 중국은 한동안 한국의 선점 행위에 대해 공중 정찰과 이의 제기를 하는 등 양국 간 신경전을 편 적이 있다. 그러나 양국은 2006년 ‘이어도는 섬이 아니다, 따라서 영토분쟁 대상이 아니다, 귀속 문제는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3원칙에 합의했다. 이같이 양국은 합리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다는 것은 이어도 관할권과는 별개다. 그건 합의에 따라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땅을 중국이 넘본다는 식의 오해는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을 이어도에 그대로 투사하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이어도가 본래 한국 영토였던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이어도의 날’ 조례를 제정하자거나 지번을 부여하자는 등 영토 개념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그건 한·중이 협력해야 할 문제를 갈등의 불씨로 바꿔 놓는 일이다. 이성적인 시민이라면 섣부른 민족주의적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북아에 자유주의를 허하라 (0) | 2013.12.02 |
---|---|
[사설]한국을 시험대에 올리는 미·중 경쟁 (0) | 2013.11.27 |
[국제칼럼]외교를 국민과 하는 한국 (0) | 2013.11.25 |
[사설]또 밝혀진 한·일 과거사, 일본은 계속 외면할 텐가 (0) | 2013.11.19 |
[국제칼럼]영유권 논란과 적대감의 정치적 활용 (0) | 2013.1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