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분단 심화와 전쟁을 원하는가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시론]분단 심화와 전쟁을 원하는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2. 15.

개성공단이라는 평화의 불씨를 지키기 위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 북측의 수폭실험과 위성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대책은 적대적 강공정책 일변도였다.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가장 고전적이고, 가장 직접적인 해법은 항상 대화와 협상, 즉 당국회담이었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대화와 협상이 더 필요하다. 분단 심화와 전쟁이 목적이 아니라면 대화와 협상이 가장 확실한 특단의 대책이다.

개성공단은 남북평화의 마지막 보루이자 상징이었고,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도 긴장과 전쟁위험을 막아내는 물리적 안전장치였다. 경제적으로 개성공단은 국내 영세 중소기업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개성공단은 대한민국 전체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1을 투자하면 15~30(GDP 기준)을 가져오는 완벽한 퍼오기의 상징이었다. 공단 폐쇄는 평화의 불이 꺼진다는 의미이고, 한반도 평화경제가 창출할 민족 공동번영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평화가 사라진 자리에 일촉즉발의 군사위기들이 언제든 실질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막아 세울 안전장치, 완충장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후의 군사안보적 위기가 더 심각한 문제다.

개성공단 중단은 개성공단이 북측에 대한 ‘퍼주기, 달러박스, 돈줄’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낳은 정책 실패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경제의 관점에서, 평화의 관점에서, 민족공동 번영이라는 미래통일경제의 관점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의 본질적 가치와 실체적 의미에 대한 무지, 남북관계와 평화 해법에 대한 무능, 개성공단 기업과 경제에 대한 무책임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면 가혹한 평가일까?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장에서 개성공단, 경제활성화법안 등 국정 관련 연설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_김창길 기자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보다 엄혹한 경제위기, 산업의 위기다. 총체적 경제난국의 해법은 그나마 남북평화경제, 즉 북한이라는 새로운 기회와 시장에 있었다. 분단 경제를 넘어 평화경제(경협 확대)로 나아가는 과정에 한국 경제의 확실한 가능성과 블루오션이 북한임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었다. 그 가능성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을 우리 스스로 닫은 것이다. 경제위기 탈출과 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닫아버린 것이다. 경제가 닫히고 평화가 꺼지면서 국민들의 희망마저 사라진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우리 경제와 평화, 안보를 닫는 것이다. 남북 평화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부도와 줄도산으로 내몰고 군사안보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평화의 안정적 관리’라는 남북관계의 궁극적 가치와 목적을 버리는 것이다. 2013년 6개월 가동 중단 이후 ‘남북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성공단을 정세에 영향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8·14합의를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다.

핵과 인공위성(장거리 로켓) 문제의 해법과 개성공단 중단은 본질적 궤가 다를 뿐 아니라 위기 극복이 아닌 위기 심화의 악수(惡手)이다. 남북관계 해법의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남북관계의 기본목표는 평화다. 북핵문제와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실질적 해법은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상’이어야 한다. 제재와 압박의 실효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평화는 제재와 압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재와 압박은 분단 심화와 전쟁의 논리다.

개성공단의 본질적 가치, 실체적 의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북에 협상을 제기해야 한다. 핵과 인공위성, 개성공단 정상화, 평화협정 문제 등을 한데 묶어 일괄 타결할 수 있는 대화의 틀을 제안해야 한다. 이미 남북 간의 6·15와 10·4선언을 필두로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합의한 9·19성명, 2·13합의,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 등 남북을 비롯해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많은 평화 해법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언제든 그 합의에서 다시 출발하면 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금의 정치적, 경제적, 평화적 위기를 포괄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전화위복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행복이 궁극의 가치다. 그 기본 토대가 평화다. 평화를 지키는 것이 국민행복이라는 국가의 목표, 정부의 책무를 다 하는 것이다. 기본에서 다시 평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대화와 협상’만큼 확실한 특단의 대책은 없다.


김진향 | 전 개성공단 관리위 기업지원 부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