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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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학교를 좋아하니?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5. 14.
목수정 작가·프랑스 거주

프랑스 아이들이 학교성적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기사가 파리지앵지에 실렸다. 고국에서 늘 보던 반가운(?) 표제가 아닌가. 프랑스도 한국화 되어가나 싶어 들여다보았다.

기사에 따르면, ‘52%의 학부모들은 자녀들 학교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다. 다들 느긋해 보여도 속으론 걱정들 하는구나 싶었다. ‘69%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정도면 양호한데, 여기서 더 뭘 바라나. ‘백만명의 학생(전체 학생의 약 7%)들이 학교수업 외에 연평균 40시간의 보충수업을 받는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인들은 걱정을 했을지 모르나 나는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 40시간? 아무리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과외라는 말 자체가 없었고, 그런게 생겨난다는 사실이 우려스럽긴 해도, 한국 입시생들이 일주일에 소화해 내는 과외를 일년에 하고 있다고 지금 스트레스 운운하다니. ‘얘네들 대치동에서 뜨거운 맛 좀 봐야 하는데’ 우스갯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만 16세의 학생들 중 44%만 학교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다”는 대목에 가서 난 갑자기 얼어붙고 말았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우리가 감히 학교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던가. 우리 어른들은 자라나는 세대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똘똘한 놈들인지에 대해서 평가하고, 비교하며, 때때로 그들의 일탈을 우려하고 질책하는 감시자의 노릇을 했을 뿐, 그들의 얼굴을 살피며 ‘너희들 지금 행복하니’ 물어보지 못했다. 절반에 가까운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한다고 답했다는 것은, 그들의 삶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그들은 행복하다는 것. 그것을 물어주는 어른들을 가진 이 나라 아이들은 얼마나 행운인가.


이번 지방선거의 최고 정책이슈는 무상급식이다. 한나라당의 무상급식예산 전액 삭감의 거사가 불러온 반감이 가져다준 뜻밖의 기회인 셈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방법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게 후보자들 공언이니, 조만간 학교에서 밥 굶는 아이들은 없겠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연 그 실행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파생되지는 않을지, 얼떨결에 이슈가 된 급식비만 해결되고, 연 200만원대에 이르는 고교 학비 문제 등 교육평등에 대한 기본 논의는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 걱정과 아쉬움이 없지 않다.

프랑스는 각 가정이 소득에 따라 7단계로 구분된 교육비용을 낸다. 급식뿐 아니라, 국공립 예체능교육에도 같은 요금체계가 적용된다. 급식비는 한 달에 최소 4000원에서 최고 4만원선이다. 고등학교까지, 학교에 내는 돈은 오직 급식비뿐. 학부모가 등교일수에 맞춰 계산한 급식비를 수표로 학교장에게 전하므로 교사는 급식비와 관련한 내용을 알 필요도 알 수도 없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지급하는 비용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고 갈 일이 없게 만들고, 아이들이 그런 문제로 마음 다치지 않고, 평등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정책 실행과정에 스며있는 것이다.

그 한뼘의 마음이 우리 아이들의 지친 어깨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학교는 미래를 위한 ‘인적자원’을 생산해내는 곳이기 전에, 우리 아이들의 삶터라는 사실을 교육정책은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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