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북 민간교류와 한반도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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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남북 민간교류와 한반도 비핵화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4. 24.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해결이야 북·미와 우리 정부 차원의 문제이지 남북 민간교류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인 북핵 문제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후 제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발표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방미 시 한·미 정상이 나누었던 구체적인 북핵 해법에 대한 논의 내용은 현재로선 알 길이 없지만,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노력은 분명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게 하고 북·미의 협상 재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향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의 유연성 있는 변화된 태도도 요구되지만 북한의 더 큰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 같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미 외교안보 정책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_ 연합뉴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체제에 대한 안전 담보 문제와 미국과 국내 보수진영의 북한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여 신뢰를 구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부 차원의 만남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활발한 민간교류는 남북 간 신뢰를 조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아가 민간교류 차원에서 구축된 신뢰가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는 남한 주민의 진정성을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취약계층에 800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보류시킨 조치나 국내 대북지원단체나 민간체육문화교류단체들의 사업 추진을 대북 제재 조치라는 틀 속에서 제한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여년간 정권 차원에서 올인하여 구축한 현재의 핵 시스템을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북한이 포기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정부 차원의 남북, 한·미 간 대화와 협상 노력과 함께 민간 차원의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예술·체육 등 사회문화교류를 통해 남쪽 주민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전함으로써 미래를 함께할 공동체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핵이 없어도 안전하게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이는 나아가 북한 당국이 핵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근래 북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며 실망감을 표하는 것 같다. 북·미, 남북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로 핵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북 간 주민의 활발한 접촉이 당국 차원의 대화에 윤활유를 부어주고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공고화시키고 대결의식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핵화를 위한 압박·제재라는 수단에 너무 집중하다가 남북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더 높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성원 | 남북체육교류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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