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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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29

슈퍼하이웨이 아돌프 히틀러가 남긴 구절에 이런 게 있다. “모든 전략적인 도로는 전제군주에 의해 지어졌다. 로마, 프로이센, 프랑스가 그랬다. 그 도로들은 나라를 직선으로 가로지른다. 다른 모든 길들은 꼬불꼬불하고 사람들의 시간만 낭비한다.”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슈퍼하이웨이가 두 명의 강력한 전제군주에 의해 지어진 것이 맞다. 이탈리아의 아우토스트라다(autostrada)는 무솔리니가 집권한 지 2년 뒤인 1924년 지어졌다. 대부분이 동의하는 최초의 ‘진정한’ 슈퍼하이웨이는 나치 하에서 지어진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이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형태의 토목 공사 뒤에 자리하는 정신은 전체주의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후 고속도로 건설 붐은, 그것을 감당할 여력이 있건 없건, 전 세계에서 일.. 2014. 12. 22.
비폭력 저항의 힘 비폭력 저항은 자칭 ‘정치적 현실주의자’라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그것은 약자의 전술이고, ‘약자’는 폭력으로 맞서 이길 가망이 없는 사람들을 뜻하기 때문이다. 폭력을 써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가야 할 길이지만, 질 것이 확실하다면 비폭력이 유일하게 남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비폭력은 차선책이다. 이러한 논법은 특히 식민지적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나 압제적 정부에 직면한 사람들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복종하는 사고방식을 갖도록 훈련되어 어떤 경우에는 지배세력에 반론을 펴거나 불복종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된다. 프란츠 파농은 에서 이러한 건강하지 못한 정신상태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은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했던 파농은 식.. 2014. 11. 24.
중·일 전쟁 나면 미사일 어디 떨어질까? 한 노인이, 왕년에 미 해병대원이었다고 주장하며 내게 전단을 건넸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미국인들 앞으로 된 글이었다. 그 입장은 전형적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논리는 아니었고, 미군들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지난 10월25일 나는 나하 공항에 갔다가 받은 그 전단을 여러 장 복사해 미군부대 관련 차량들에 꽂아뒀다. 미군부대 관련 차량은 자동차 번호판이 Y로 시작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부대 주차장에서 전단을 뿌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합리화하며 가끔 그런 일을 한다. 물론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마치 내 차가 어디 있는지 몰라 찾는 것처럼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는 척하면 자연스럽게 여러 차량.. 2014. 11. 3.
고사 전략 국가 권력은 어떤 사건을 ‘사건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까. 9월20일 오키나와 북부의 헤노코에서는 미 해병대 비행장 건설 반대 집회가 있었다. 5500여명이 모였다. 무대에는 소위 ‘반정부’ 인사들뿐만 아니라 시장들, 국회의원들, 정당 지도자들, 시·읍 의원 등 오키나와의 주요 자리에 있는 인물들도 있었다. 토요일이어서 더 많았지만, 평소에도 새 비행장을 지으려는 캠프 슈와브 출입문 앞에는 500명 정도가 모여 소란하게 집회를 한다. 그 앞바다에는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려는 카약 시위대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해안경비대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다. 오키나와 언론매체에는 매일 이 뉴스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도쿄의 보통 사람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사실상 보도관제에 가깝다. 정부 관.. 2014. 9. 29.
미국이 하는 것, 과연 전쟁인가 전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이 끔찍한 점이 많기는 해도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유일하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특히 그들은 전쟁이나 전쟁 위협을 통해서만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서양 역사에서 그 좋은 예는 팍스로마나(로마제국에 의한 평화)가 될 것이다. 로마의 지배는 신민들이 반항하려 할 때마다 로마 군대에 의해 진압됐다는 점에서 일종의 ‘평화’를 만든 것이 사실이다. 반란군 지도자 중 한 명이 말했듯 “그들은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고, 그것을 평화라고 부른다.” 현대에는 어떤 전쟁이 평화를 가져왔는가. 연합국들의 관점에서 1차 세계대전은 “모든 전쟁을 종식하는 전쟁”으로 선전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치즘과 2차 세계대전을 낳았다. 2차대전은 냉전을 불렀고, 냉전은 다시 한국전쟁과 .. 2014. 8. 25.
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 경향신문의 이 칼럼 담당자가 일본 방위상 오노데라 이쓰노리가 7월11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 원고를 내게 보내줬다. CSIS는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다. 거기 모이는 사람들을 ‘워싱턴 외교정책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 있다. 그 행사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의 권력관계를 드러내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고를 읽은 뒤 나는 CSIS 홈페이지를 검색해 그 행사 동영상을 발견했다. 여기서 텍스트에 담겨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CSIS의 소장 존 J 햄리였다. 그는 연설자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설명한 뒤 메모를 흘깃 보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오도네라, 아니 오노데라군.” 그러고는 자신이 그를 몇번 만난 적이 있다며 마치 대학 총장이 모범 학생을 칭찬하.. 2014. 7. 21.
무인기 폭격이 전투인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어떤 전쟁은 정의롭고 어떤 전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쟁이려면 우선 정당한 명분을 가져야 하고, 전쟁법에 따라 전쟁이 수행돼야 한다. 전쟁법에 따른다는 것은 독가스를 쓰지 않고, 포로를 죽이거나 고문하지 않으며,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는 것 등이다. 과거에는 정당한 명분에 많은 것이 해당됐지만 오늘날에는 유엔 헌장에 따라 유일하게 정당한 명분은 자기방어이다. 유엔 헌장이 채택된 이래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의 전쟁을 ‘경찰 행동’이라고 부르거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군사 원칙을 들이대며 이 규칙을 우회해왔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전쟁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어떻게 해서 정의로워질 수 있는가. 전쟁 말고 국가의 폭력 사용이 정당화되는 것은 유죄를 인정.. 2014. 6. 16.
법률의 불법성과 근거없는 낙관주의 5월21일은 일본 판결 역사에서 중요한 날이었다. 22일자 신문들이 보도했듯이 둘이 서로 무관하지만 비슷하게 획기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무관하지만 아베 정부에 매우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는 관련돼 있다는 의미다. 일 본 같은 나라에서 판사들이 법률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거나 정부 정책이 인권을 침해했으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판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헌법은 판사들에게 그런 판결을 할 권한을 주지만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판사들은 자신을 독립적 사법부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고 정부 공무원으로서 비판자로부터 정부를 보호하는 게 자기 일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은 달랐다. 이곳 오키나와에서는 군기지가 큰 이슈여서인지 신문들은 요코하마 지방법원이 항공자위대의 .. 2014. 5. 26.
오키나와 기지와 일 헌법 9조의 미래 외교관과 해병대 4월12일 류큐신보(琉球新報) 1면에 미국 정부의 외교관과 해병대 장교가 똑같은 질문에 답한 기사가 실렸다. 우선 외교관의 답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필자는 국방장관을 민간인, 즉 외교관으로 기술했다)은 최근 도쿄에서 미국이 오키나와 현지사의 요구대로 5년 내에 후텐마 해병대 기지를 폐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오키나와에 기지 부담을 줄이는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오키나와에 주둔한 해병대 최고지휘관 존 위슬러 중장은 4월3일 똑같은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는 오키나와 북부 헤노코에 새 기지가 완공되지 않는 한 후텐마 기지는 폐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10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 물론 그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 2014.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