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김민정의 '삶과 상상력''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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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민정의 '삶과 상상력'10

국경을 넘는 돈, 넘지 못하는 돈 국경과 돈 돈이 국경을 넘기는 사람보다 쉽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세계 체제에 기반을 두니 그럴 것이다. 돈이 다국적 기업의 자본으로, 국제기관의 보조금이나 대부금으로, 전쟁을 막으려고 또는 도우려고, 자연재해의 피해를 덜어주려고, 이주 노동자들의 송금으로, 국경을 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 오늘날 세계의 구성단위인 국가의 주권은 자국의 통화를 정하고 그 유통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 세계화의 딜레마는 금융의 자유화 추세와 국가의 금융주권 사이에서 심각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국경을 넘기 시작한 돈이 어떻게 전 세계를 금융위기의 연쇄 작용으로 몰아.. 2013. 2. 7.
이름 짓기 이름과 사람 되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처럼 그렇게, 사람들은 이름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모든 사회는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통해 사회성원으로 받아들인다. 모리스 고들리에(Godelier)라는 프랑스 인류학자는 여러 지역의 부족사회 연구를 통해, 한 명의 인간이 탄생하는 데에는 부모가 아이의 몸을 만드는 생식과정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많은 부족사회에서 아이의 숨은 조상이나 신이 영혼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이름이 붙여지기 전까지는 아직 완전히 태어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은 부모와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골라 받는 경우에서 부터 아버지 쪽 친족의 이름을 .. 2013. 1. 31.
‘고기'의 재발견 1. ‘고기'는 초기 인류사회 진화과정의 상징이었다. 큰 동물 사냥은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협력해야만 했던 주요 활동이었고, 포획물의 각기 다른 부위에 대한 배분은 집단내 위계 및 지도력을 표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류 역사 속에서 ‘고기'는 항상 곡식이나 채소보다 더 희귀하고 가치있는 음식이었고, 육식과 사냥은 인류사회가 남성중심으로 집단화되고 위계화되는 초기 방식을 설명하는 핵심어이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고기는 각기 다르다. 먹어서는 안되는 고기를 규정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은 종교적 금기이다. 이슬람과 유대교에서 돼지를 더럽다고 생각하여 힌두교에서는 소를 신성시하여 그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대표적이다. 한편 말이나 개는 인간과의 친밀성 때문에 먹는.. 2012. 3. 7.
관광의 시대, 절도(竊盜)의 ‘죄’를 묻다. 세계화의 시대,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객이 늘수록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도 함께 느는 것은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특히 유명 관광지를 다녀온 주변 사람에게서는 놀라운 수법으로 지갑이나 가방을 채인 경험담을 듣더라도 별로 놀랍지 않다. 그동안 내가 접한 사례만 해도, 앙코르 와트 숙소에서 열린 창문으로 긴 작대기를 넣어 지갑 든 옷을 빼낸 경우, 프라하 행 밤기차에서 끌어 앉고 잠든 대형배낭 아랫부분을 열고 귀중품을 가져간 경우,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려는 순간 앞사람이 물건을 떨어뜨린 척 바람 잡으며 뒷사람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날치기한 경우 등이 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마닐라 도심지의 멀쩡한 커피숍 안에서 바닥에 놔 둔 가방을 채간 줄도 모르고 한참 앉아서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던 나의 사례가 있.. 2011. 6. 22.
‘팁’과 ‘서비스’ 사이 미국의 한인사회에서는 “‘팁’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으면 미국사람 다 된 것이다”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미국식 팁 관행에 익숙해지기 힘든데, 한국과 미국은 ‘서비스’와 ‘보상(팁)’에 관한 한 상반된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1. 미국에서 팁 문제를 가장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식사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종업원이 적절한 서비스를 해주면 손님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팁’을 준다. 종업원이 웃고 반기며 좋은 자리로 안내해주고, 그날의 재료와 메뉴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양념이나 음료, 식기 등을 잘 챙겨주는 지 그 서비스를 평가하여 주는 것이지만, 사실은 식대의 15-20% 정도를 주는 것이 관행이다. 관광지에서는 팁 관행에 익숙지 않은.. 2011. 6. 14.
전기 밥솥 단상(斷想) 얼마전 ‘인터넷’ 시대의 사회변화를 전망한 글을 읽다가 200여년 전 ‘토스터’ 발명시 나왔던 논란이 시선을 끌었다. 토스터가 발명되기 이전 서구에서는 얇게 자른 식빵을 긴 쇠막대 손잡이로 고정하여 일일이 화덕 속에 넣고 구웠다고 한다. 버튼만 누르면 잘 구워진 토스트가 알아서 탁 튀어오르는 기계의 발명은 당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일각에서는 토스트가 까맣게 탈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새 시대가 열렸다고 반겼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토스터가 창조적인 아침식사 시대를 끝내고 기계로 똑같이 자른 식빵만 본 아이들이 통식빵을 모르고 자라게 될까 우려했다고 한다. 과거 미국 사회에서 토스터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반향을 전해듣자니, 50여년 전 한국 사회에 등장한 ‘라이스 쿠커,’ 전기밥솥이 떠.. 2011. 4. 7.
‘검은 금요일’과 소비의 덫 1월말이 되자 세계적인 브랜드숍들이 모여 있는 호놀룰루의 ‘알라 모아나’ 쇼핑몰 풍경이 바뀌었다. 상점가를 도매하다시피 붙어있던 연말 세일 포스터는 다 떨어지고 대신 “봄 신상품 입고” 선전물이 나붙었다. 소위 ‘블랙 프라이데이’, 검은 금요일로 시작했던 연말연시 세일의 막은 내리고 상가도 고객도 ‘정상’으로 돌아온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서양 풍속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는 악운이 깃들었다는 ‘13일의 금요일’을 말한다. 하지만 쇼핑과 관련해서는 11월 넷째 주 금요일, 즉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말한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날부터 가게 운영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고 빨간 잉크 대신 검은 잉크로 장부를 기재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아무튼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의 백화점과 상점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 2011. 2. 8.
출생의 정치학: 오바마 대통령과 음모론의 토양 혼혈주제와 관련되는 미국 정치판의 음모론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파들이 그의 시민권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실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 우선 오바마의 출생과 성장 배경을 간단히 전하면 다음과 같다. 버락 오바마는 1961년 8월 4일 호놀루루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캔사스에서 출생한 백인 미국시민이고, 아버지는 하와이대학에 유학 온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의 시민이다. 어머니는 1964년 이혼 후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했고 1967년 오바마를 포함한 가족은 자카르타로 이주했다. 그러나 1971년 10살이 된 오바마는 호놀루루로 돌아와 외조부모와 함께 살며 고등학교를 마쳤고 대학부터는 미국 본토로 가서 공부하고 활동하였다. 한편 미국 헌법 1조 2항에는, .. 2010. 12. 10.
근대의 신체와 혼혈 ‘혼혈’에 대해 좀 더...: 근대의 신체와 혼혈 신체상의 차이는 차별을 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사실 신체의 모양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특정한 의미를 붙이기 때문이다. 조선 말기 서양인의 큰 키와 높은 코, 움푹 들어간 쌍까풀진 눈과 노랑머리는 낯설고 두려운 힘센 이방인의 표상이었지만, 오늘날엔 한국인이 선망하는 외모적 특성 속에 녹아들었다. 미합중국 건설기에 노예로 살아 온 아프리카 인들의 검은 색 피부는 고질적인 인종차별의 상징이지만, 몸매 좋은 젊은 여성의 태닝한 피부는 섹시한 건강미와 삶의 여유를 떠올리게 하는 매력 요소이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체는 타고난 대로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망받기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길들이고 변형해야 하는 ‘원료’이다. 어.. 2010.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