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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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대미 강경책 회귀도, 굴복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4. 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진행된 북·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당의 입장’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노이 북·미 핵담판이 결렬된 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이 ‘자력갱생’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4월 12일 (출처:경향신문DB)


김 위원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중적이다. 먼저 미국을 향한 도발 없이 경제발전 노선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나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밝힌 ‘최고지도부의 결심’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협상 결렬 후 강경노선 회귀’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다행스럽다. 반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뜻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27차례나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장기화를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사령탑 역할을 해온 80세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교체한 것도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김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자면서도 밖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 해제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다르다.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대북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희망적이다. 북·미가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할 기회가 다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만능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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