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식량지원 빠를수록 좋다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대북 식량지원 빠를수록 좋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5. 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공감해왔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렇게 분명하게 지지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 두 정상의 진전된 입장을 환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다. 국제기구들은 현지조사를 토대로 긴급을 요하는 식량 부족분이 136만t이라고 밝혔다. “북한 어린이들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호소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도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따라 집행하지 못했다. 당국은 밀린 이 약속부터 지체없이 이행해야 한다. 


관건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남북한과 미국 모두 식량 지원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을 불식해야 한다. 북한은 식량 지원을 수용하되 대미 외교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한·미의 보수층도 북한이 식량을 전용한다는 등 주장으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선 안된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을 넘어 남북 당국이 직접 지원 방안을 협의할 필요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방한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집행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