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나가는 북, “감내하지 않겠다”는 남측 경고 새겨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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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막나가는 북, “감내하지 않겠다”는 남측 경고 새겨들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6. 18.

폭파로 앙상한 기둥만 남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이 지난 16일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KBS는 17일 오후 헬기 촬영 영상을 단독보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부터 직선으로 16㎞ 떨어진 파주 장단콩마을 2000m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4층 높이의 연락사무소 건물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다. 외벽은 사라진 채 앙상한 기둥만이 간신히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KBS 제공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 원색적인 언어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6·15정신을 되돌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청와대의 대북특사 파견 제안 사실까지 공개했다.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 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이날 비판은 상궤를 벗어났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저버리는 조치를 하고도 남측 정상을 향해 “역스럽다”라는 언사를 동원했다. 특사 제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외교관례를 깼을 뿐 아니라 그 거절 과정을 모욕적으로 언급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에 대해 ‘몰상식한 행위’ ‘비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한 대응이다. 나아가 윤 수석은 “북측의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6월 18일 (출처:경향신문DB)


북한이 예고한 DMZ 내 군대 재주둔은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을 없애버리는 조치다. 개성 공업지구 군부대 재배치,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 철거와 군부대 재배치가 이뤄지면 남북관계는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대화가 단절되는 정도가 아니라 대결의 시대로 후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까지 한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2017년처럼 일촉즉발의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내부 결속용이든, 한국을 추동해 북·미 협상을 촉진하려는 것이든 지난 20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쌓아온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려는 행태는 결코 옳지 않다. 남북이 대결 국면에 접어들어서 북한이 얻을 것은 내부 단속 효과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오히려 “북한은 역시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대북 제재의 명분은 확실해진다.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면 인민의 삶은 더욱 곤궁해진다. 한국 내에서도 대북 교류협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손해볼 것은 북한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북한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당분간 남북 간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상황관리에 집중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되돌아보고 재점검해야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보실을 포함해 외교안보 전체의 진용을 쇄신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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