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오른 2차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번영 주춧돌 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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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막 오른 2차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번영 주춧돌 놓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2. 2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전용열차 편으로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장시간 열차여행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미소 띤 표정으로 영접행사를 마친 뒤 하노이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밤 전용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27~28일 북·미 정상 간의 역사적인 협상이 열리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면서 현지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주춧돌을 놓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70년 만에 대좌한 두 나라 정상은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가야 할 목표를 공유하는데 머물렀다. 이후 8개월간도 순탄치는 않아 후속 협상에서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고, 북한도 상응조치 없이 핵 신고를 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갔다. 이런 교착을 풀기 위해 두 정상이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못지않게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에 탄력이 붙고 평화가 정착할지, 지루한 교착과 긴장이 반복될지가 이번 회담으로 결정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 대표단과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도 전인 지난 24일 출발 소식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변안전을 우려해 최고지도자의 이동 중에는 보도하지 않던 관행을 깬 것은 이번 회담을 기필코 성공시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출국에 앞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달 초순 평양에 이어 지난 21일부터 하노이에서 진행 중인 사전 협상에서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비핵화 로드맵,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경제제재 완화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이 중에서 몇 가지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가 ‘하노이 합의’에 담길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다만 미국이 협상 교착의 원인이던 핵신고 요구를 유보하는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으로 선회한 점에서 본다면 ‘등가교환’에 가까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관건은 역시 대북 제재 완화 여부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북한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통 큰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협상결과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제안한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25일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이후 대북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신한반도체제로 향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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