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미군유해 송환·발굴 합의, 비핵화 논의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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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미 미군유해 송환·발굴 합의, 비핵화 논의로 이어져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7. 17.

북한과 미국의 군당국이 15일 장성급회담을 9년여 만에 열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유해 송환 및 발굴 작업을 11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16일 실무회담을 열어 유해 송환과 관련한 세부절차를 협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생산적이었고 협력적이었으며 확고한 약속들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제4항 유해 송환 합의에 따른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돼 있다. 양측이 공동성명의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기로 한 것은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신뢰구축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한·미 군 장병들이 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한·미 6·25 전사자 유해 상호봉환’ 행사에서 2001년 북·미가 공동발굴한 윤경혁 일병 유해(왼쪽)와 2016년 6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69)은 추모사에서 “남북의 유해 공동발굴에 대비해 국방부 유해발굴단의 전문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하겠다”며 “유해 발굴을 통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송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한·미 현역장병 등이 참가했다. 권도현 기자

 

미국은 ‘단 한 명의 군사도 적진에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을 정도로 장병들의 유해 발굴·송환을 각별하게 챙겨왔다. 북한에는 5300명가량의 미군 유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만큼 이번 합의는 향후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여론의 지지를 모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미군 유해가 군사적 요충지에 묻혀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의 유해 발굴 허용은 미국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표로 볼 수 있다. 유해 발굴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지리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 간의 회담이고,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주체라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3년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던 북한이 이번에 유엔사와의 협의채널을 복구한 것은 종전선언-평화협정에 앞서 정전체제를 잠정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직접 다룰 순 없겠지만, 정전체제를 폐기하려면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순서라는 점에서 함의가 작지 않다. 이 채널이 정전체제상의 다양한 의제들을 협의하면서 군사적 신뢰구축의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유해 송환 합의가 공동성명상의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미국이 최근 정상회담 후속협의를 위한 실무그룹의 진용을 갖춘 것은 이런 점에서 긍정적인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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