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 협상 재개 돌파구 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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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 협상 재개 돌파구 열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6. 2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본 뒤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친서를 받은 시점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은 분명하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후 4개월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 대화에 반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두 정상의 친서 교환과 긍정 평가를 적극 환영하며 북·미 양측 간 조속한 대화 재개를 기대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하노이 협상 실패 후 최근까지 북·미 양측 간 관계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대화할 수 있다며 올해 말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압박하고, 단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미국 역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는 등 대북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던 중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과 17일 ‘매우 따뜻하고 멋진 친서’ ‘아름다운 친서’라고 연속으로 칭찬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트럼프의 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용기에 남다른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에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는 친서를 읽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단순히 외교적 수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례적인 찬사이자 강력한 대화 의지 표현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친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고 한 것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보낸 김 위원장의 친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두 정상은 이미 협상의 큰 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1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중 정상이 연쇄 회담을 한다. 정상회의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뜻을 미국에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화답한다면 북·미 대화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을 것이다. 북·미는 주변국의 노력과 친서 교환을 통해 확인한 정상 간 상호 신뢰와 대화 의지를 바탕으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북·미는 이번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3차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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