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상치 않은 북·미, 한국의 적극적 역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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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심상치 않은 북·미, 한국의 적극적 역할 필요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2. 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다.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내놓은 반응이다. 이에 북한은 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고 되받았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북·미 협상의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이런 공방은 가열될 것이다. 북·미 간 대화는 지난 10월 초 실무협상이 무위에 그친 뒤 끊긴 상태다.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북한이 동창리에서 했다는 시험이 그들의 설명대로 ‘전략적 지위 변화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발사용 장거리 로켓을 위한 신형 엔진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같은 선제조처에 대해 미국이 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 값을 받아내기 위해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상황은 순식간에 2년 전으로 회귀하고 만다. 


북·미 협상이 삐걱거리면서 양측이 결국 대결 수순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일찌감치 예고돼 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운신할 폭은 2년 전보다도 좁은 상태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남북대화를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이라도 제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단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도 이대로 손 놓은 채 파국을 지켜볼 수는 없다. 정부는 이달 중순쯤 방한할 예정인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단호한 거부의사를 천명하는 한편 북·미 중재안을 다시 내놓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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