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RF에서 드러난 북·미 간 이견, 새로운 동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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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ARF에서 드러난 북·미 간 이견, 새로운 동력 필요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8. 6.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5일 종료됐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중국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만찬 회동에 대해서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판문점선언을 외교무대에서 실현하기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 회담은 없었다.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의 공식 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남·북·미 3국 외교장관들은 회담장 안팎에서 각자 입장만 폈다. 이번 ARF에서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종전선언의 전기가 마련되리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연쇄회의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대표단 모두 내내 미소는 띠었지만 양국 간 입장차는 작지 않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대북 제재 유지와 종전선언 협상의 더딘 진척에 불만을 제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을 제재 리스트에 새로 추가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대북 제재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북·미 간 협상이 지난한 길임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뢰를 확인하고 있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ARF 개회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미측이 ARF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북한에 전달했다. 양 정상이 모두 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미 간 협상에서 정상 간 신뢰와 유대를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이제 북핵 문제가 실무선의 협상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새로운 협상 동력이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는 것이다. 다음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평행선을 달리는 북·미 양측을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 더욱 필요해졌다.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와 미사일 발사장치 해체 등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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