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커창 체제 두 개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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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시진핑·리커창 체제 두 개의 덫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4. 7.

이희옥 |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출범했다. 특히 리커창 총리가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이면서 투톱체제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첫 해외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해 세계전략을 짜고 에너지 협력을 비롯한 맞춤형 외교행보를 하는 동안, 리커창 총리는 소형 버스로 상하이와 장쑤 지역의 민생현장을 돌면서 도시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새 지도부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과 맞물린 집권기간 중에 ‘중국공산당과 사회주의가 진정으로 중국을 구했는가’라는 세기적 질문에 답하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


12기 전인대의 시진핑과 리커창 (경향DB)


그러나 중국에 놓인 것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무엇보다 성장의 그늘로 생긴 불평등과 격차가 심각하다. 이른바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0년 만에 발표한 중국 정부 통계로도 0.474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민간연구소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불안정이 시작되는 0.6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격차는 비단 소득뿐 아니라 지역 간, 도시와 농촌 간, 업종 간,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간에도 확산됐다. 여기에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음성소득인 이른바 ‘회색소득’을 독점하는 관료 부패도 격차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는 부자가 되었지만 국민들은 가난하다(國富民窮)’는 자조가 넓게 퍼져 있다. 이러한 불만은 실제로 집단시위와 인터넷 항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출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크게 보면 두 개의 덫에 걸려 있다. 하나는 중진국 함정이다. 즉 많은 국가들이 높은 성장을 이루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전후에 이르면 산업고도화의 정체, 노동력 부족, 빈부격차의 확대, 부패와 같은 요인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중국도 2012년 말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5432달러에 달하면서 이 구간에 접어들었다. 또 하나는 체제 이행의 덫이다. 이것은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득권 집단이 효과적인 개혁을 저지해 경제사회 발전이 왜곡되고 격차가 확대될 뿐 아니라, 환경파괴와 같은 문제도 만연하는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고위간부의 자제들이 공공기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이에 따른 정경유착은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만연시키고 있으며 환경오염은 중국인의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현재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향DB)


이러한 두 개의 덫을 중국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이미 국무원 핵심 싱크탱크에 ‘중진국함정 문제연구팀’을 꾸려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정책화하고 있다. 새 지도부가 등장하자마자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공금으로 먹고 마시는 풍조를 배격하는 공직기강 확립 캠페인을 벌였다. 이것은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였지만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정책과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두 가지 덫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정책의 하나는 현재 52.6%에 불과한 도시화 수준을 집권기간 내에 6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 8조위안을 투입하는 대형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중국의 도시화는 경제적으로는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물질적 토대이고, 사회적으로는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만연한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종합처방인 셈이다. 또 다른 정책은 체제 이행의 덫을 벗어나기 위한 정치개혁이다. 비록 새 지도부가 다당제와 같은 서구식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선거, 더 많은 참여를 확대하는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다. 중국의 발전비결은 국가대전략 청사진을 만들어 멀리 본다는 것, 항상 위기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정책을 사전에 치열하게 토론하고 준비한다는 것, 검증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해 추진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역동성을 잃고 있는 우리 정부가 아프게 참고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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