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남북의 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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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여적]남북의 국호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1. 16.

해방공간에서 미래 통일독립국가의 국호로 ‘대한민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이 맞섰다. 그러나 이어진 남북 분단으로 인해 두 이름은 통일국가가 아닌 분단국의 국호가 됐다. 1948년 8월 남쪽에서 ‘대한민국’을 수립하자, 북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선포됐다. 분단국의 국호가 이처럼 판연히 갈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과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처럼 ‘중화’를 공유한다. 통일 전 남북 베트남의 국호는 각각 베트남공화국과 베트남민주공화국이었고, 서독(독일연방공화국)과 동독(독일민주공화국) 역시 ‘독일’을 함께 썼다(강응천, <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


‘한국’ 또는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통일국가를 이루려 했던 꿈은 분단과 함께 좌절됐다. 그럼에도 남은 북을 ‘북한’으로, 북은 남을 ‘남조선’으로 부르며 자신들의 국호를 강제했다. 강렬한 통일 욕구와 민족 의식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한국전쟁 이후에도 계속됐다. 분단이 공고화되고, 국제사회까지 두 개의 국가로 공인했음에도 남북은 상대방을 ‘다른 나라’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분단의 역사가 이어지고 남북의 경제 격차, 분단 의식이 심화되면서 민족·통일보다 공존·평화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고 ‘우리 민족끼리’를 외친다고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도둑처럼’ 오는 통일은 없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말처럼 민족주의란 ‘상상된 공동체’일 수 있다. 당위가 아니라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존과 평화의 토대 위에서 통일을 향한 대화와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어제 한 신문에 ‘한국과 조선: 남북관계에서 한·조관계’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북한과 남조선을 의제하여 남북관계를 접근하기보다는 ‘한국’과 ‘조선’으로 서로 대면”하게 하자는 취지다. ‘조선’을 소환해 한반도 영구 평화의 길을 모색하자는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러나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한번 음미해볼 얘기다. 요즘 TV에서는 “북한은 개성 영하 4도, 함흥 영하 8도로 우리나라보다 쌀쌀하겠다”라는 식의 날씨정보를 종종 접한다. 불편할 수 있지만, 북한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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