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아베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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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아베의 리더십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10. 10.

장기집권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물이 몇 있다. 우선 리비아의 카다피. 집권기간만 42년이다. 한국을 4차례나 방문했던 가봉의 봉고 대통령도 42년을 권좌에 있었다. 북한 김일성의 집권기간은 49년이나 된다. 최장기 집권자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다. 카스트로는 1959년부터 52년간 쿠바를 다스렸다. 개인이 아닌 장기집권 정당으로 치면 일본 자민당을 빼놓을 수 없다. 일당 지배체제가 확고한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는 집권의 역사가 가장 긴 편이다. 자민당은 1955년 이후 1993~1996년, 2009~2012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일본을 쥐락펴락해왔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 AP연합뉴스

 

이런 자민당이 며칠 전 총재 임기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총리는 임기 제한이 없다. 다만 자민당 총재직은 1980년 이후 2연임(6년)만 가능토록 돼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통상 다수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아베는 2012년 말 총리에 임명된 뒤 지난해 재선됐다. 자민당 총재 임기를 3회, 9년으로 할지, 다선 제한을 철폐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베로서는 장기집권의 길을 튼 셈이다. 아베는 한국에서는 과거사 미화와 영토 문제 등으로 상종 못할 인물로 취급받지만 일본 내에서는 60% 안팎의 지지로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내치에 강하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TV에 등장해 시민을 다독이고 곧바로 현장으로 날아가 헌신적으로 지휘한다. 실패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로 기업에 온기가 돌고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적극적이다. 

 

장기집권자에게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봉고는 경제발전, 카스트로는 사회주의 혁명체제 완성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결과는 비극이었다. 물론 아베가 연임한다 해도 독재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 꽃이 다양성임을 감안하면 장기집권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아베의 지향점은 전후의 족쇄를 풀고 전전의 보통국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런 ‘아베식 사고’는 이미 일본의 주류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불편한 지도자와 마주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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