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미·중 무역 갈등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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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정동칼럼]미·중 무역 갈등의 해법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3. 6.

지난주 우리 언론이 북·미 정상회담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동안 많은 외신은 미·중 무역협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동일한 규모의 관세 보복을 해오자 추가적으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물리면서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금년 3월1일까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시정하지 않는다면 10%의 관세율은 25%로 자동 인상될 것이며 만일 중국이 또 보복한다면 중국산 수입품의 나머지 절반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통첩했다. 이에 중국이 저자세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되었고 지난주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트럼프의 발언과 함께 3월1일의 데드라인은 연기되었다. 미·중 무역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한숨 돌린 세계시장은 3월 말로 예상되고 있는 트럼프와 시진핑 간 무역 정상회담의 결과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평론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두 가지 시스템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한다. 그중 하나는 국가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편입시킴으로써 중국의 대외의존도를 높이고 중국의 경제와 정치 제도를 선진국에 접근시키려는 미국판 햇볕정책의 실패다. 2001년 WTO 가입으로 중국의 무역의존도는 잠시 급증했으나 경제성장의 결과로 WTO 가입 이전으로 복귀했고, 정치는 더욱 민족주의화되고 독재화되어 시진핑체제를 낳았다. 또 다른 실패는 미국 헌법의 실패다. 제도적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이 악당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신통한 장치를 갖췄다는 미국 헌법 아래서 트럼프라는 포퓰리스트가 외교와 무역정책의 전권을 장악하는 일이 발생했다.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로 이반하려는 전통적 보수의 마음을 잡는 한편 다문화주의와 성평등이라는 진보의 가치를 부정하고 보호무역으로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중남부 전통 제조업 노동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포획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이미 WTO의 틀에서 이탈했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 부과했다고 주장하는 철강 관세, 계속 검토되고 있는 자동차 관세, 그리고 미국의 일방적 기준으로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식별하고 보복하겠다는 미국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대중국 관세폭탄은 WTO체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선진국의 주류는 전후 선진국의 안정적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세계주의가 트럼프의 손에 의해 붕괴될 조짐에 두려워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영기업을 통한 광범위한 보조금, 직접투자 규제를 통한 강제 기술이전,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의 불법적 무역관행을 규율하는 데 WTO가 실패했으며 트럼프식의 과감한 공세가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도 한다. 위험한 두 돌연변이 고래의 싸움으로부터 바다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보조금, 투자, 지적재산권 협정을 통해 WTO를 강화하고 중국이 이를 수용하게 함으로써 미국을 새로운 다자주의체제에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 일본 제조업에 타격을 입고 GATT체제를 이탈하려 하자 이를 막으려고 농업과 서비스 개방 등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탄생한 것이 1994년에 설립된 현재의 WTO체제다. 필자는 장기적으로 유사한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부정한다. 중국은 일본과 같은 종이호랑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태도에 있다. 세계주의에 대한 이해나 존경심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러한 방향의 노력이 진지하게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


발등에 떨어진 미·중 무역갈등의 불이 단기적으로나마 해소되는 길은 미국이 요구하는 수입확대, 보조금 축소, 지적재산권 강화, 직접투자 규제완화를 중국이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관세전쟁 휴전협정이 맺어지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예측은 이미 빗나가고 있다. 중국은 아직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와 금융 제재에 매우 취약하다. 도광양회는 당분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무역전쟁이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검찰 수사에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를 보존하기 위해 경제적 성과에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선 직전까지는 트럼프가 시진핑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의 부분적, 단계적 양보와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제를 위해 일단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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