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새 대통령 우말라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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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페루 새 대통령 우말라의 도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7. 3.
이성형 | 서울대 라틴아메리카硏 교수 
 
“우리는 이 땅에서 광산과 석유 개발을 중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타협이 불가능한 사안입니다.” 아이마라족 지도자 왈테르 아두비리가 말했다. 페루 남부의 푸노 지방에서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경찰이 발포하여 4명이 죽고 서른 명 이상이 다쳤다. 정부는 문제가 된 산타아나 광산 개발은 무효화시켰지만, 푸노의 다른 개발 프로젝트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임기를 불과 한 달 남겨둔 알란 가르시아 정부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여전히 뜨겁다.
 
페루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그동안 일어났던 227건의 사회적 분규 가운데 55%가 폭력 사태로 귀결되었다. 사회적 분규가 일어나면 가르시아 정부는 경찰의 물리력으로 진압했다. 그 결과 5년간 9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절반이 넘는 갈등은 농민이나 원주민 공동체가 광산과 석유 개발을 반대하면서 일어났다. 주변의 토지와 수자원이 오염되기 때문이고, 그들에게 주는 경제적 혜택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원주민 공동체는 국제노동기구의 규약 제169조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규약에 따르면, 개발업체는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전에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또 갈등은 반드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가르시아 정부는 외국인들의 자원개발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이 절차를 무시했고, 물리적 대응으로 밀어붙였다. 

푸노 지역은 우말라 대통령 당선자에게 77%의 지지표를 선사한 곳이다. 푸노 사태 해결은 당선자에게 던져진 최초의 도전이다. 그는 오는 28일 대통령직에 취임한다. 현재 경제 붐과 성장의 동력인 자원개발 사업을 유지하면서, 원주민들의 불만을 해결해야 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전임 정부가 남긴 또 다른 숙제는 ‘코카인 수출 1위국’이란 불명예이다. 카 경작지는 매년 증가하여 6만1200㏊로 콜롬비아와 비슷한 규모이다. 하지만 코카인 생산량은 330t으로 콜롬비아를 능가한다. 

또 2003년 이래 700~800건의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로 50억달러 규모가 움직였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돈 세탁으로 감옥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우말라 정부는 코카 경작지도 줄여야 하고,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도 막아야 하고, 마피아와 경찰의 유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모두 쉬운 과제가 아니다.

힘겹게 결선투표를 마친 그는 재빨리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첫 번째 순방국인 브라질에서 우말라는 “사회적 통합과 경제성장, 그리고 신중한 거시경제 관리”를 결합한 브라질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가스 산업의 국유화 계획을 부인하고, 기존 계약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원개발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남미통합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말라의 당선은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로 이어지는 친미적인 무역 블록인 ‘태평양 동맹’에 균열을 가져왔다. 그는 아르헨티나를 순방할 당시 남미남부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정치적 성격의 메커니즘을 통해 점진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르코수르의 정회원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메르코수르는 대외공동관세를 지닌 관세동맹이다. 페루는 이미 10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바 있는데, 한국과 미국도 이미 이 협정의 상대국으로 포함되어 있다. 2009년에 미국과 맺은 협정문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 외에도 무역, 지적소유권, 투자, 경제정책, 금융 서비스, 텔레커뮤니케이션, 전자상거래, 갈등해결 등에 관한 규범적 측면”을 포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은 명시되지 않은 기한, 즉 영구적인 성격의 기간 내내 효력을 지닌다”고 적혀 있다. 10개의 무역협정을 모두 무효화하지 않는 한 관세동맹 협상은 불가능하다. 우말라의 대안은 남미국가들의 인프라 통합과 공동 안보를 추구하는 정치적 통합체인 우나수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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