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워크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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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하이브리드 워크의 그늘

by 경향글로벌칼럼 2022. 5. 25.

유럽 각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보편화되고 있다. 프랑스 장조레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21~2022년 독일 노동자 중 51%, 이탈리아 노동자 중 50%, 영국 노동자 중 42%가 주중 최소 한 번은 원격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사 간 협의를 강조하는 재택근무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노동자의 재택근무 사용 권리를 법률로 보장하려는 선제적인 조치로 평가받았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근무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유고브(YouGov Poll)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금융업계 종사자 중 86%는 사무실이 더 이상 주 업무장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 응답하며 하이브리드 근무로의 전환을 일의 미래로 전망했다. 이는 영국 노동자들의 거세진 하이브리드 근무 요구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몰타, 포르투갈 등은 원격근무 중인 타 국민이 자국에 일정 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여 하이브리드 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내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고 있지만 역기능도 확인되고 있다. 조직문화의 약화, 재택근무를 택한 직원들에 대한 괴롭힘 증가, 사무실 근무자와 재택근무자 간 승진 기회 및 급여 협상 시 불평등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연구는 하이브리드 근무의 증가가 사무실 근무자와 재택근무자 간의 유대감 약화를 가져오고, 조직문화의 유지를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전의 사무실 근무와는 다르게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 이후, 중간관리자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이 줄어들면서 하이브리드 근무자들이 직장 내에서 소외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밖에도 하이브리드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자 간의 승진 기회 격차를 지적하는 조사 및 연구도 발표되었다.

퓨처포럼(Future Forum)의 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 10명 중 4명은 하이브리드 근무 확대 시 사무실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을 선호하여 이들을 하이브리드 근무자보다 승진 시 우대하는 근접 편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즉 사무실 근무자와 원격근무자 간에 평가, 승진 기회가 불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편향성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돌봄 및 가사에 많은 시간을 쓰는 여성은 하이브리드 근무, 유연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사무실 근무를 적게 했다는 이유로 승진 기회를 제한한다는 것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여성의 경력 개발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직원들의 부분 및 전면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를 고민 중인 국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시간 노동과 경직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한국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워크와 같은 근무환경 다양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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