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알카에다와 IS의 ‘테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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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국제칼럼]알카에다와 IS의 ‘테러 경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9. 14.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3일 영국 구호활동가 데이비드 헤인스의 참수 장면을 인터넷에 배포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극단 테러조직 IS 공격 계획을 발표한 직후라 중동 전역이 다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9·11 테러 이후 13년간 잠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던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그 자리에 IS가 들어서서 전 인류를 새로운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IS는 다름 아닌 2004년 김선일씨 살해를 포함해 수많은 인질 납치로 악명을 떨쳤던 아부 마사브 알자르카위의 ‘유일신과 성전단체’를 이어받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가 모체다. 2006년부터는 ‘무자히딘 최고의회(MSM)’로 통합되었고, 시아파 정권의 수니파에 대한 박해와 차별이 심해지자, 이라크 이슬람국가(ISI), 이라크와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로 이름을 바꾸면서 테러활동을 조직화해왔다. 총공격으로 이라크 북부지대와 시리아 영토에서 단단한 군사적 거점을 확보하자 금년 6월부터는 아예 IS로 부르면서 글로벌 테러조직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에 가장 심기가 불편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알카에다 조직일 것이다. 글로벌 이슬람 지하드 활동을 두고 우월 경쟁을 벌이던 두 단체는 이슬람을 해석하는 이념 성향의 차이는 물론 IS의 지나친 폭력성과 반인륜적 참수 행위 등을 놓고 관계를 단절했다는 전문가 분석도 보인다.

알카에다가 이슬람 초기 무함마드와 그의 후계자들이 이룩했던 종교적 순수시대를 지향하는 살라피즘을 주창하는 데 반해, IS는 수니파 중심의 이슬람 정통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오염된 이슬람 지도자 제거는 물론이고 시아파나 자신의 목표에 장애가 되는 같은 종파의 수니파 일부, 심지어 여성과 어린이들까지도 제거 대상에 놓는 카와리즘이라는 극단적 종교성을 표방한다.

10일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헬리콥터 안에서 바그다드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하이데르 알아바디 새 총리와 푸아드 마숨 대통령 등 이라크 주요 인사를 만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_ AP연합


이제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의 새로운 목표는 IS가 되었다. 그런데 10여년 전 알카에다와 비교해보면 테러전술과 서방을 대하는 방식에서 IS는 훨씬 진화되었고, 그만큼 위협도가 강해졌다. 우선 IS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반군의 핵심 세력으로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과 터키 등으로부터 많은 자금과 무기지원을 받아왔으며, 중동 전역에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 더욱이 은행 탈취를 포함해 현재 20억달러 상당의 재원을 확보하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단체가 되었다. 이 돈으로 이슬람 분쟁지역에서 가족을 잃은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용병들을 사들였으며, 이라크 감옥을 접수하여 죄수들을 강력한 조직원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IS가 알하야트 미디어센터 등을 설립하여 첨단 디지털 기법과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SNS 매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유럽의 소외된 젊은 이슬람 청소년들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3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유럽국적 테러리스트들은 거리낌없이 참수명령을 이행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선전전에 당당히 맞서는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패로 더 이상 지상군을 파견하기 어려운 미국이 국제공조나 공중폭격만으로 IS를 궤멸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IS가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 있어 일망타진하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민간인 지역에 깊숙이 포진한 IS에 대한 폭격이 길어질수록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서 또 다른 급진적 테러조직이 발생하는 배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슬람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IS에 대한 주변 아랍국들의 동맹을 통한 궤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동시에 IS와 맞서고 있는 시리아 반군 그룹,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게,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획기적 군사지원과 요원 훈련 등을 통해 IS를 공격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맡기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정책으로 보인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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